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소금기 많은 갯벌에만 살아요… 여러 번 잎 색깔 변하는 '칠면초'

입력 : 2022.04.11 03:30

염생식물

바닷가 모래 지역에서 자라는 염생식물 갯그령. /국립수목원
바닷가 모래 지역에서 자라는 염생식물 갯그령. /국립수목원
회색빛 갯벌에도 봄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짠 바닷물이 오가는 데다 강한 바람이나 햇빛을 적당히 막아주는 큰 나무도 없는 갯벌. 이런 혹독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염생(鹽生)식물이 있습니다. 봄이 오면 염생식물은 빨간색이나 녹색 무리를 이루어 싹을 틔우기 시작한답니다.

염생식물은 소금기가 있는 토양에서 잘 자라는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흔히 '갯잔디' '갯질경이' '갯그령'과 같이 이름 맨 앞에 '갯'이라는 단어가 붙는답니다.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의 갯벌 지역, 동해의 해안사구에서 수십 종의 염생식물을 만날 수 있어요.

염생식물은 겉보기에도 내륙의 식물과 차이가 있습니다. 강한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견딜 수 있도록 통상 키가 작고, 옆으로 누워 기면서 자랍니다. 또 잎이나 줄기가 아주 두꺼워 강한 직사광선이나 소금기가 식물 체내로 잘 침투하지 못하고, 식물 체내의 수분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지 않아요. 염생식물은 갯벌·해안사구·섬과 같은 지역에서 자랄 수 있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오히려 소금기가 없는 내륙에서는 자라지 못합니다.

내륙의 다른 식물들을 갯벌에 심으면 소금기 때문에 금방 말라 죽어버리는데요. 염생식물은 어떻게 이런 환경을 견뎌낼까요? '삼투' 현상을 환경에 알맞게 이용하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입니다. 삼투란 순수한 물이 바닷물과 같은 고농도의 액체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가리켜요. 바닷물에는 소금이 이온 형태로 녹아 있어 소금이 섞이지 않은 물보다 농도가 높죠. 일반 토양에서라면 식물 뿌리 안쪽의 이온 농도가 더 높아서 물이 식물의 뿌리로 쉽게 흡수되는데요. 바닷물이 섞여 있는 갯벌에서는 토양 쪽의 이온 농도가 더 높기 때문에 뿌리 속의 물을 토양으로 빼앗기게 돼요. 염생식물들은 식물 세포 일부분에 염분을 가둬 부분적으로 농도가 아주 높은 환경을 만들고, 이를 조절하는 여러 가지 효소를 분비해요. 뿌리 안쪽의 농도를 높여 정상적으로 삼투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먼 곳에서 봤을 때 전체적으로 붉은빛을 띠는 갯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퉁퉁마디' '나문재' '칠면초'처럼 붉은 염생식물 등이 간척지에 들어가 번식하기 때문이에요. 가지의 마디가 두드러지는 퉁퉁마디는 대체로 녹색인데 밑동이 붉고요. 어린 소나무처럼 생긴 나문재는 어린잎이 붉은색을 띠어요. 칠면초는 칠면조처럼 여러 번 색이 변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어린잎일 때는 녹색을 띠다 점점 붉게 성숙해집니다. 칠면조는 목 주변이 상황에 따라 푸른색, 붉은색, 흰색으로 다양하게 변한답니다.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