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100여년 전 하와이로 이민간 세 여성… 험난한 타국 생활 합심해 이겨냈죠

입력 : 2022.04.11 03:30

알로하, 나의 엄마들

[재밌다, 이 책!] 100여년 전 하와이로 이민간 세 여성… 험난한 타국 생활 합심해 이겨냈죠
이금이 지음 l 출판사 창비 l 가격 1만4800원

1917년, 스무 살이 채 안 된 세 여성이 조선에서 하와이로 가는 배에 탔습니다. 버들, 홍주, 송화였지요. 버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할 수 없었습니다. 공부를 더 해서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홍주는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댁과 친정 어디에서도 불편한 삶을 살아야 했어요. 홍주는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송화는 무당의 손녀여서 동네에서 천대받으며 자랐어요. 송화의 할머니는 송화가 손가락질받지 않고 살기를 바라며 손녀를 하와이로 보냈어요.

당시 하와이로 이주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조선 남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 중 독신 남성들은 이국땅에서 일하느라 가정을 꾸리기 힘들었지요. 중매쟁이들은 이 남자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조선에서 신부를 구해 하와이로 보냈어요. 이렇게 남자 사진 한 장만을 보고 결혼하러 하와이에 간 여성들을 '사진 신부'라 불렀답니다.

버들, 홍주, 송화도 사진 신부였어요. 천국 같은 곳에서 자유롭게 살게 될 거라 기대하며 하와이에 발을 디뎠어요. 하지만 남편들은 사진보다 스무 살은 더 늙어 보이거나 술주정이 심했어요. 남편과 아내 모두 뜨거운 땡볕 아래 밤낮없이 일해야 했습니다. 현재의 삶을 고민하고 한탄할 겨를도 없는 험난한 이민 생활이었어요.

고된 생활 속에서 이들은 서로 연락을 끊지 않고 하와이 땅에 뿌리내리고 살아갑니다. 셋은 같이 세탁소를 운영하며 동업을 하기도 하고, 버들이 돌이 갓 지난 아이를 잃었을 때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하와이 생활에 지친 송화는 딸 펄은 하와이에 두고 조선으로 돌아갔어요. 조선에선 펄도 무당 집안 자손으로 손가락질받을까 봐 혼자만 떠난 거예요. 남아 있는 버들과 홍주는 펄을 자신들 딸로 키웁니다. 이들은 친구이자 가족이 된 겁니다.

이금이 작가는 한인 미주 이민 100년사를 다룬 책을 보다가 사진 한 장에 눈길이 머물렀다고 합니다. 사진 속에는 앳돼 보이는 얼굴에 흰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은 세 여성이 있었어요. '사진 신부'들이었지요. 그렇게 하와이 이민 1세대로 살아간 세 여성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탄생했습니다. 하와이에서 나누는 인사말 '알로하'는 배려·조화·기쁨·겸손·인내를 뜻하는 하와이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라고 합니다. 펄의 세 엄마는 넘쳐오는 삶의 파도를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넘어서며 살아냈습니다. 지금도 지구 어딘가, 자신이 살던 나라를 떠나 낯선 나라에서 더 나은 삶을 살고자 애쓰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전합니다. "알로하!"
서현숙 '소년을 읽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