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수영 즐기는 나무타기 선수… 수달·족제비랑 비슷하게 생겼죠

입력 : 2022.04.06 03:30

재규어런디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멕시코 남동부 킨타나로오 지방에서 찍힌 사진 하나가 소셜미디어에 공개됐어요. 길쭉하고 늘씬한 몸에 짧은 다리를 한 동물이 조심스럽게 길가에서 숲으로 이동하는 모습이었죠. 사람 눈에 띄는 경우가 좀처럼 없는 이 동물의 이름은 아메리카대륙 고양잇과의 맹수인 '재규어런디'랍니다.

재규어런디<사진>는 몸길이 최장 90㎝, 꼬리 길이 최장 60㎝까지 자라요. 우리나라 토종 맹수인 삵과 덩치가 비슷하죠. 고양잇과에는 사자·호랑이·표범 등이 있는데요. 재규어런디는 고양잇과 맹수들 중에서도 아주 특이한 동물로 꼽혀요.

우선 생김새가 확연히 달라요. 고양잇과 맹수들은 대개 선명한 얼룩이나 점박이 무늬, 혹은 황갈색 털을 하고 있는데요. 재규어런디는 이들과 달리 몸 전체가 검정에 가까운 회색 또는 갈색에 가까운 붉은색이에요. 또 기다란 몸뚱어리에 비해 다리는 상대적으로 짧아요. 그래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는 게 아니면 재규어런디를 족제비나 수달과 혼동하기가 쉽대요.

그런데 재규어런디는 고양잇과 맹수들이 저마다 가진 특성을 아우르고 있기도 해요. 사자와 비슷하게 주로 땅에서 생활하면서 포유동물이나 파충류·새 등을 공격해서 잡아먹고요. 표범처럼 나무 타기에도 능숙하고 몸의 탄력도 좋아서 종종 공중으로 점프해 먹잇감을 낚아채기도 한대요. 또 물을 싫어하지 않고 수영도 즐기는데, 이건 재규어와도 비슷하죠. 번식 철이 돼서 짝을 만날 때를 빼곤 철저하게 단독 생활을 하는데, 이는 호랑이·표범의 생활 방식이기도 해요.

많은 고양잇과 맹수들은 해가 저문 뒤에 먹잇감을 찾아 나서는 야행성인데요. 재규어런디는 따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냥을 해요. 동글동글한 머리를 몸통 속으로 둥글게 말고 자는 모습은 집고양이와 아주 닮았는데, 꼬리가 몸길이의 절반이 넘을 정도로 길기 때문에 짧은 꼬리를 가진 집고양이와는 차이가 있죠.

이런 특성 때문에 과학자들은 재규어런디를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오랫동안 혼란스러워했대요. 재규어런디가 사는 곳은 멕시코와 미국의 접경 지대부터 아르헨티나와 칠레 남부까지 걸쳐있는데요. 여기에는 습한 아마존의 열대우림, 험준한 안데스 산악 지대까지 다양한 지역이 포함돼 있어요. 어떤 곳에도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는 몸을 갖춘 셈이죠.

어떤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재규어런디는 사람들로부터 수난을 당하기도 하고 환영을 받기도 한대요.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를 기르는 축산 농가에서는 재규어런디가 골칫덩이로 낙인찍혀 종종 죽임을 당하고 있대요. 반면 농작물을 갉아먹는 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마을에서는 쥐를 잡아먹어 과잉 번식을 막아주는 재규어런디를 반긴다고 해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