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학내 괴롭힘 벗어나려 전학 간 여중생… 어릴 적 친구가 보낸 위로 편지에 용기

입력 : 2022.04.04 03:30

연의 편지

[재밌다, 이 책!] 학내 괴롭힘 벗어나려 전학 간 여중생… 어릴 적 친구가 보낸 위로 편지에 용기
조현아 지음 l 출판사 손봄북스 l 가격 1만5000원

소리는 중학교 3학년 여학생입니다. 왕따를 당하는 친구 지민이를 돕다가 자신도 괴롭힘을 당해요. 지민이가 전학 간 이후 소리도 괴롭힘을 견디기 힘들어 전학을 가고 마는데요. 새로운 학교에 간 소리의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이전 학교에서 폭력을 당한 경험이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 것이지요.

낯선 학교에 간 첫날, 소리는 책상 서랍에서 편지를 발견해요. 편지에는 학교 도서관이나 식당에 가는 지름길, 학급 친구들 이름과 얼굴이 그려져 있고, 과목 선생님들의 특징이 적혀 있었어요. 편지를 누가 보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소리는 누군가 자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지요. 이 편지에는 두 번째 편지를 찾아가는 방법도 수수께끼처럼 쓰여 있었어요.

이 책은 소리가 열 번째 편지까지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편지 발신인은 '김호연'이었어요. 호연이와 소리는 여덟 살 때 같은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지요. 당시 호연이는 친구 없이 혼자 노는 아이였고 소리가 병원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같이 놀았어요. 병원 생활을 오래 하던 호연이에게 소리는 '지금 있는 곳을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친구'였어요.

소리가 전학 왔을 때 호연이는 병이 재발해 학교에 없었지만, 편지로 소리를 환대하는 마음을 전한 거예요.

소리는 편지 열 통을 찾으러 학교 곳곳을 다니면서 새 학교에 금세 정이 들었고, 새로운 친구도 생겼어요. 또 학교 경비원이 가꾸는 정원에서 꽃차를 마시기도 했어요. 모두 호연이의 편지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생긴 일이었지요. 이번에는 소리에게 호연이가 지금 있는 곳을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 줬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고마워"라는 말이 유난히 많이 나와요. 작품 속 인물들은 서로에게 말합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그만해!"라고 화를 내줘 고맙다고, 혼자 울고 있을 때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좋은 친구가 돼 주어 고맙다고 말이에요. 어린 시절 소리가 호연이에게 건넨 환대의 마음이 돌아서 소리에게 왔듯이 "고마워"라는 말에 담긴 마음도 세상을 돌고 돌아 더 멀리 퍼져 나가지 않을까요. '호연이의 편지'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緣)의 편지'가 된 것이지요.

'연의 편지'는 연재가 끝난 웹툰을 다듬어서 출간한 책인데요. 액자에 담아두고 싶을 정도로 예쁜 그림이 특징이에요. 이 책은 아름다운 힘을 가지고 있는데요. 정의와 용기가 먼 곳에 있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거예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약한 마음을 살피고 눈물을 닦아주려는 마음에 정의와 용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서현숙 '소년을 읽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