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울음소리만 1000여 가지… 베토벤·헨델도 홀렸죠

입력 : 2022.03.30 03:30

나이팅게일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돕고자 지구촌 곳곳에서 움직이고 있어요. 최근에는 '나이팅게일: 우크라이나를 위한 글 모음'이라는 제목의 전자책이 나왔는데, 책 제목에 쓰인 '나이팅게일'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아주 사랑하는 새입니다.

나이팅게일<사진>은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새예요. 몸길이 16㎝ 정도에 붉은색 꼬리, 아담한 갈색 몸집을 가지고 있어요. 아프리카에서 추운 겨울을 난 뒤 따뜻한 봄이 되면 유럽으로 가서 짝을 짓고 새끼를 낳아요.

나이팅게일은 아름다운 울음소리로 유명해요. 휘파람 불 듯 "휘이" 소리를 내기도 하고 "쪼로롱" 지저귀거나 "짹짹" 울기도 하죠. 이렇게 무려 1000여 가지 다른 소리를 낸대요. 아름답게 지저귀는 것으로 유명한 종달새(340여 가지)나 찌르레기(100여 가지)보다 훨씬 많죠. 과학자들은 나이팅게일의 뇌에 다양한 울음소리를 만드는 특별한 기능이 있다고 봐요.

이 새는 낮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이 잠자리에 든 밤에도 쉬지 않고 울어대는 것으로 유명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밤꾀꼬리'라고도 부르죠. 밤에 울어대는 나이팅게일은 주로 짝을 찾지 못한 외로운 수컷이래요. 암컷을 향해 "어서 빨리 나랑 짝을 짓자"고 애타게 노래하는 거죠. 특히 밤에 지저귈 때에는 낮보다 시끄럽대요. 밤에 우는 풀벌레 소리에 자기 울음소리가 묻히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해요.

나이팅게일은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습성이 강해요. 그래서 열심히 지저귀는 건 다른 새들에게 "이곳은 내 구역이니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 의미이기도 하대요. 보통 울음소리가 활발한 새들의 암컷은 잘 울지 않는 편인데, 나이팅게일 암컷은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지저귀죠.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맑고 영롱한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를 이야기나 음악 소재로 종종 사용했어요. 베토벤 교향곡 6번(전원)에는 나이팅게일의 지저귐을 표현한 플루트 연주가 나와요. 헨델은 '뻐꾸기와 나이팅게일'이라는 오르간 협주곡을 작곡했죠.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가냘픈 몸집으로 힘차게 지저귀는 나이팅게일을 예부터 봄의 전령, 희망의 상징으로 여겨왔대요.

나이팅게일은 한 배에서 알을 다섯 개 정도 낳아요. 둥지를 틀고 알을 품는 일은 암컷이 도맡아요. 풀이 무성한 숲이나 덤불 속에서 살며 땅 위에서 개미·딱정벌레 같은 곤충을 잡아먹죠.

우리나라에서는 나이팅게일을 볼 수 없지만, 나이팅게일과 가까운 친척뻘 새들이 있어요. 울새·꼬까울새·쇠유리새 등이죠. 이 새들은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우리나라에 들렀다 가는 철새인데, 이런 새들을 '나그네새'라고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