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고대 와인 항아리에서도 전기 발생… 첫 전지는 220여 년 전 나왔죠

입력 : 2022.03.29 03:30

배터리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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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에 대한 전 세계의 경제 제재가 이뤄지고 있어요. 러시아는 배터리의 주원료인 니켈의 주요 수출국이어서, 러시아 경제 제재로 배터리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고 해요. 전기 에너지를 모아 두었다가 공급하는 장치를 전지(배터리)라고 하는데요. 전지는 언제 처음 발명됐을까요?

1932년 오스트리아의 고고학자인 빌헬름 쾨니히는 바그다드에서 고대 파르티아 제국(기원전 247~기원후 224) 때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항아리 하나를 발견했는데요. 신기하게도 이 항아리에 와인을 채워 넣으면 전류가 발생했다고 해요.

이 항아리는 바그다드 인근의 호야트럽퍼 유적에서 발견돼 '바그다드 전지' '호야트럽퍼 전지'로 불리는데요. 높이 14㎝에 지름 8㎝짜리 항아리 안에 원통형 구리판이 있고, 구리판 안에 철 막대기가 꽂혀 있는 구조였어요. 보통 전지는 전해질(전류가 흐르는 수용액)이 있어야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데, 항아리 안에 와인을 넣으면 구리판이 음극(-), 철 막대기가 양극(+) 역할을 하면서 전기가 만들어진다고 해요. 와인이 전해질인 셈이죠. 하지만 이 항아리가 실제 전기를 발생시키려는 용도였는지는 불분명하기 때문에 최초의 전지로는 인정받고 있지 않답니다.

이 때문에 전기를 만들어 낼 목적으로 제작된 최초의 전지는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1745~1827)의 전지<사진>로 여겨지고 있어요. 볼타는 "서로 다른 종류의 금속이 전해질에 접촉하면 전기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를 증명하기 위해 구리 원반과 아연 원반, 묽은 황산에 적신 헝겊 3가지 순서로 여러 층을 쌓은 후 이 장치에서 전류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어요. 이 전지가 세계 최초의 전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후 다양한 금속이 전극으로 사용됐지만, 전기가 모두 방출돼 방전이 되면 버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이렇게 일회용으로 쓰는 전지를 1차 전지라고 부릅니다.

충전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전지는 1859년 프랑스에서 발명됐어요. 프랑스의 물리학자 가스통 플랑테(1834~1889)는 납과 황산을 이용한 '납 축전지(충전이 가능한 전지)'를 개발했는데요. 정작 이 시기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발전기가 개발되지 않아 1차 전지를 이용해 축전지를 충전했다고 합니다. 납 축전지처럼 충전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2차 전지'라고 부른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