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프랑스 엘리제궁은 '낙원'을 의미… 러시아 크렘린궁은 세계유산이에요

입력 : 2022.03.29 03:30

각국 정상의 집무실

러시아 대통령 집무실인 크렘린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어요. /위키피디아
러시아 대통령 집무실인 크렘린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어요. /위키피디아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가 시작되는 오는 5월 10일부터 청와대를 외부에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대통령 집무실은 서울 용산에 있는 현 국방부 청사로 옮기기로 했고요. 각 국가에는 통상 국가수반의 일터인 집무실이 있는데요. 세계 여러 나라의 집무실에 대해 알아볼까요?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은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워싱턴 DC를 공식 수도로 정하고 처음으로 만든 건물이에요.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부터 오늘날까지 220여 년간 미국 대통령이 머물고 있습니다. 이곳은 당초 대통령이 사는 관저로 쓰여서 '대통령의 집'이라 불렀는데요. 1901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백악관이라는 이름을 공식 발표하고 본관 서쪽에 별채를 만들면서 '웨스트윙(West Wing·서관)'이라는 건물이 생겼어요.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곳 '오벌 오피스'를 집무실로 쓰기 시작했어요. 이 건물에는 부통령·비서실장·대변인·보좌관 사무실이 1층에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고, 2층에는 대통령 자문관과 이들을 보좌하는 직원이 근무한답니다. 백악관은 긴밀하게 이어진 동선으로 유명해요. 대통령 관저에서 웨스트윙으로 이동하는 데 도보로 1분이 걸려요. 웨스트윙 길 건너의 아이젠하워 행정동 빌딩에서 행정 업무 대부분을 처리하기 때문에 백악관에서는 효율적으로 소통하며 업무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입헌군주국인 영국의 공식 국가원수는 엘리자베스 2세지만, 의원내각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실질적 국가수반은 총리입니다. 총리 집무실은 다우닝가 10번지에 있어요. 영국 왕 조지 2세가 1732년 초대 총리에게 하사한 후 1735년부터 공식 공관으로 쓰였죠. 겉으론 작아 보이지만 계속 집을 고쳐온 터라 방이 100개 이상 있어요.

프랑스 대통령 집무실인 엘리제궁은 1722년 귀족 저택으로 처음 만들어졌어요. 엘리제라는 이름은 샹젤리제 거리와 맞닿아 있어 붙게 됐어요. 1709년 조성된 샹젤리제 거리는 '엘리제의 들판'이라는 뜻으로, 엘리제는 그리스 신화에서 낙원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이 거리의 이름에 착안해 엘리제궁 이름이 붙었답니다. 엘리제궁은 만들어질 당시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꼽혔어요. 루이 15세가 애첩 퐁파두르 후작 부인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죠.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대통령 집무실로 쓰는 나라도 있어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집무실은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크렘린궁입니다. 크렘린은 러시아어로 '요새 안의 도시'라는 뜻인데, 이곳은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곳이랍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