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동네 고민 해결사 된 평범한 중학생… 비결은 공감하는 마음이었어요
맹탐정 고민 상담소
이선주 지음 l 출판사 문학동네 l 가격 1만1500원
중학교 1학년 맹승지는 바닷가 마을인 산이군의 유일한 탐정입니다. 맹탐정은 다른 사람들이 곤란에 처한 것을 보면 해결해 주고 싶은 사명감에 사로잡혀요. 그래서 동네 탐정을 자처하게 되지요. 맹탐정의 장래 희망은 유명한 탐정이 돼 큰 도시로 나가 활약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맹탐정이 다양한 사건과 동네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담겨 있어요. 맹탐정이 처음으로 맡은 사건은 '윤미의 휴대전화 분실'이었어요. 윤미가 두 번이나 연달아 휴대전화를 잃어버리자, 윤미 엄마는 누군가가 딸 휴대전화를 빼앗는 것이 아닌가 걱정합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맹탐정에게 의뢰해요. 맹탐정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보니 문제는 윤미 엄마였어요. 엄마가 윤미에게 10분마다 전화를 걸어 공부를 하고 있는지 확인했고, 딸은 전화를 받기 싫어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한 거지요.
맹탐정은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맹탐정은 윤미가 집에 있는 시간을 골라 10분에 한 번씩 윤미에게 전화를 합니다. 옆에 있던 윤미 엄마는 딸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자주 전화를 걸었던 것의 문제점을 비로소 알게 됩니다. 이 사건 이후 동네 사람들은 맹탐정에게 사건 해결보다 고민 상담을 더 많이 의뢰해 오는데요.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 하는데 엄마가 집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엄마의 마음이 궁금하다"는 동네 언니,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 달라"는 한 친구, "짝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하는 방법은 없느냐"는 또 다른 친구…. 이들의 고민을 들은 맹탐정은 고민 해결을 돕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닙니다.
사실 맹탐정은 평범하고 엉뚱한 중학생인데요. 그에게 무슨 특별한 능력이 있기에 탐정으로 활약하는 걸까요. 맹탐정의 능력은 주변 사람의 고민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공감하는 '마음'이에요.
친구의 자아를 찾기 위해 함께 헤매던 맹탐정은 고민 끝에 답을 찾습니다. 맹탐정이 말하기를, "자아는 마치 바다와 같다"고 하네요.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의 바다도 어둠이 내려앉은 바다도 모두 바다이듯, 기쁜 날의 나도 슬픈 날의 나도 시시한 날의 나도 모두 소중한 자아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니 굳이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맹승지는 소설 속의 인물이지만, 세상 모든 동네에 맹탐정이 있다면 어떨까요. 언제라도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맹탐정의 명랑한 얼굴을 골목에서 마주치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