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숲 속의 '거인 정원사'… 배설물로 씨앗 골고루 퍼트려요

입력 : 2022.03.23 03:30

둥근귀코끼리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최근 서아프리카 나라 가봉에서 멸종 위기 동물인 둥근귀코끼리가 몇 마리나 살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벌였어요. 코끼리 똥을 채취해 DNA를 전부 확인했는데, 약 9만5000마리가 살고 있다고 추정된대요.

둥근귀코끼리<사진>는 아프리카 중부와 서부의 울창한 밀림에서 사는 코끼리예요. 보통 코끼리라고 하면 사바나에서 사자·얼룩말 등과 사는 아프리카코끼리와, 인도·스리랑카·동남아시아 등에서 사는 아시아코끼리 두 종류를 떠올리는데요.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둥근귀코끼리는 몸길이 최장 5.5m에 어깨 높이 최고 2.8m 정도로 코끼리 세 종류 중 가장 몸집이 작답니다. 같은 대륙에 살고 있는 아프리카코끼리와 구분해서 '아프리카숲코끼리'라고도 불러요.

덩치뿐 아니라 생김새도 사바나의 아프리카코끼리와 다른 점이 많아요. 둥근귀코끼리의 귀는 아프리카코끼리보다 덜 각이 지고 둥그스름한 모양이에요. 아프리카코끼리의 엄니(상아)는 바깥쪽으로 휘어 있는데, 둥근귀코끼리는 아래로 뻗어 있고요.

수컷은 간혹 엄니가 땅에 닿을 정도로 자라기도 한대요. 아프리카코끼리는 발톱이 앞발에 4~5개, 뒷발에 3~4개인데, 둥근귀코끼리의 발톱은 앞발 5개, 뒷발 4개로 고정돼 있어요. 사바나의 아프리카코끼리에 비해 둥근귀코끼리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이들이 사람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울창하고 깊은 숲속에서 조용히 숨어 살기 때문이죠.

둥근귀코끼리에게는 여러 별칭이 있어요. 하나는 '거인 정원사'래요. 나뭇잎과 나무껍질·열매·씨앗 등을 골고루 먹으며 배설물을 통해 식물의 씨앗이 여러 곳에 퍼질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죠. 염분이나 광물 성분이 있는 곳에 가서 이를 직접 핥고 때로는 흙을 먹기도 한대요. 이런 방식으로 나무나 열매에 없는 영양분을 섭취하는 거예요.

이 코끼리는 환경 지킴이 역할도 하고 있어요. 둥근귀코끼리는 주로 직경 30㎝가 넘지 않는 작은 나무나 풀을 먹는데요. 이런 식습관 덕분에 둥근귀코끼리가 먹지 않는 키가 크고 굵은 나무들이 더 많은 빛을 쬐고 울창하게 자랄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거예요. 이 나무들은 기후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퍼지지 않도록 붙잡아 저장하기 때문에, 온난화 등 기상 이변이 벌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대요. 그래서 둥근귀코끼리를 '환경 기술자'라고도 불러요.

다른 코끼리들과 마찬가지로 둥근귀코끼리도 상아와 고기 등을 노리는 밀렵꾼들에게 많이 죽임을 당해서 수가 크게 줄어들었어요. 특히 지난 30년 동안 86%나 줄어들었는데, 아프리카코끼리보다도 빠른 속도로 준 거래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