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알 속에서 엄마새 소리 듣고 부화 시기도 조절한대요
입력 : 2022.03.22 03:30
동물의 의사소통
- ▲ /그래픽=안병현
소리로 소통하는 동물들
지난 2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티픽리포트에는 개의 감정 표현에 관한 연구가 발표됐어요. 반려견을 키우는 426명에게 이들의 반려견이 친구 개의 죽음 앞에서 어떤 행동 변화가 있는지를 물어봤더니, 약 86%의 반려견이 먹기·놀기·자기 등의 활동이 줄고 자주 짖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고 해요.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친구의 죽음에 대한 공포나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어요.
동물은 감정 표현이나 소통을 위해 표정과 행동뿐 아니라 소리·빛·화학물질 등을 이용하기도 해요. 이런 신호는 시각·청각·촉각·미각·후각 등 다섯 가지 감각으로 감지되는데요. 이 중에서도 소리는 어둡거나 장애물이 많아 시야가 가리는 환경에서도 잘 전달될 수 있고 전달 속도가 빨라 즉각적이라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체내에 발성을 위한 특정 기관을 갖고 있어야 해요. 또 그 부위가 떨려 파동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때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단점이 있어요. 에너지를 써야 하는 비싼 의사소통 수단인 셈이에요. 소리를 이용해서 소통하는 동물로는 개·고양이·코끼리·쥐·돼지·고래 등의 포유류와 조류, 개구리와 같은 무미목 양서류 등이 있답니다.
지난 7일에는 돼지가 내는 소리를 분석해 감정 상태를 파악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어요.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의 엘로디 브리퍼 교수 연구팀은 유럽 6국의 양돈장과 실험실에서 태어난 411마리의 돼지가 태어날 때부터 도축될 때까지 내는 7414개의 소리를 인공지능(AI)을 통해 분석했는데요. 분석 결과 돼지가 행복이나 흥분을 느끼는 긍정적인 상황일 때는 대체로 길이가 짧고 파동의 진폭 변화가 작은 소리를 냈어요. 반면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비명을 지르는 듯한 크고 높은 소리를 내거나 파동 진폭의 변화가 큰 '꽥꽥'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고 해요. 정확도가 무려 92%에 달하고, 다른 포유류의 감정을 파악하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생장과 발달에도 영향 미쳐요
동물의 소리는 감정 상태 표현이나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생장과 발달 상태에도 영향을 줘요. 호주 디킨대학교에서 행동생태학을 연구하는 밀렌 말리에트 박사 연구팀은 동물이 배아 상태일 때 소리에 반응한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조류나 파충류 등 알을 낳는 동물은 알 속에 들어 있는 상태를 배아라고 하고, 새끼를 낳는 포유류는 엄마의 자궁 안에 있을 때를 배아라고 해요. 알을 낳는 동물들은 배아 상태일 때 알껍데기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진동을 통해 언제 부화하는 것이 좋을지를 결정했대요.
연구팀은 금화조가 다른 개체와 함께 있을 때뿐 아니라 혼자 알을 품고 있을 때도 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혹시 그 소리가 배아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지 실험했는데요. 알을 품고 있는 금화조는 날씨가 매우 더울 때만 소리를 냈대요. 그 소리를 들은 배아는 발생 단계를 느리게 조절해서 무더위를 피해 부화했고요. 너무 더운 날씨에 부화하면 뜨거운 열기에 노출돼 새끼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물속에 사는 어류나 고래에게도 소리는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에요. 겉으로 드러나 있는 귀가 없어 자칫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청각은 어류에게 정말 중요한 감각기관이에요. 물속에서 소리는 공기 중에서보다 5배나 빨리 전달되고, 더 멀리까지 전파되기 때문이에요.
어류의 양쪽 머리뼈 안쪽에는 속귀에 연결된 작은 구멍이 있어서 물속에서 전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두개골 속에 들어 있는 속귀는 내이·중이·외이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중 내이에는 물고기 나이를 알아낼 수 있는 단단한 석회질 돌인 '이석(耳石)'도 들어 있답니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위아래로 이동하는 것을 돕는 공기 주머니인 부레와 몸의 옆면에 있는 측선도 진동을 감지해서 속귀로 전달해준다고 해요.
어류는 여러 방법으로 소리를 내요. 소리를 내려면 진동을 만드는 발성기관이 필요하겠죠. 예컨대 성대는 배 속에 있는 위장을 강한 근육으로 누르는데, 이때 마치 개구리가 우는 것 같은 소리가 나요. 근육이 부레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어종도 있죠.
지난 1월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어류의 3분의 2가 소리를 이용해 짝짓기, 먹이 탐색, 영역 지키기, 자신의 존재 알리기 등을 목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먹는 고등어나 광어·우럭 등 지느러미에 빗살이 있는 무수히 많은 물고기가 여기에 해당하죠. 해부를 통해 이런 기관을 추적해 보면, 어떤 종들은 소리를 이용해온 지 최소 1억5500만년이나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나머지 3분의 1의 어종은 빛과 화학물질 등의 감각으로 소통하는데요. 초롱아귀처럼 스스로 빛을 내거나 뱀장어처럼 전기를 만들어내는 식이랍니다.
사람의 행동 치료에도 이용할 수 있어요
이 외에도 다양한 종을 대상으로 동물의 소리를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동물의 소리 분석은 다양한 영역에 이용할 수 있는데요. 동물의 건강 상태와 질병 여부를 파악해 축산업에 이용할 수 있고,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해요.
또 기후변화나 환경오염 등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하게 이용될 수 있다고 합니다. 나아가 동물에서 얻은 데이터를 이용해 사람의 행동 치료 연구에도 응용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