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무대 위 인문학] 재즈만큼 즉흥적인 국악 연주… 연주자 기량 뽐낼 수 있죠

입력 : 2022.03.21 03:30

산조와 시나위

지난해 서울돈화문국악당이 공연한 ‘2021 산조대전’ 무대에서 한 연주자(왼쪽)가 대금을 불고 있는 모습. 기악 독주곡인 산조는 가야금·거문고·대금 등의 선율 악기에 장구 반주를 곁들여 연주하는데, 장단 사이사이 장구 연주자의 ‘얼쑤’ ‘좋다’ 같은 추임새가 들어간답니다. /서울돈화문국악당
지난해 서울돈화문국악당이 공연한 ‘2021 산조대전’ 무대에서 한 연주자(왼쪽)가 대금을 불고 있는 모습. 기악 독주곡인 산조는 가야금·거문고·대금 등의 선율 악기에 장구 반주를 곁들여 연주하는데, 장단 사이사이 장구 연주자의 ‘얼쑤’ ‘좋다’ 같은 추임새가 들어간답니다. /서울돈화문국악당

흔히 우리의 전통음악인 '국악(國樂)'이라고 하면 대대로 전해져오는 악보대로 엄격하게 연주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되죠. 하지만 국악에서도 연주자의 기량을 중심으로 마치 재즈처럼 자유롭게 연주하는 곡이 있어요. 바로 '시나위'와 '산조(散調)'입니다. 오늘은 국악 연주의 다양한 종류와 매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까요?

우리나라에 오랫동안 뿌리내린 음악

국악은 크게 당악(唐樂)·아악(雅樂)·향악(鄕樂)으로 구분해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자리를 잡은 건 당나라에서 들어온 당악이에요. 현재는 '보허자' '낙양춘' 두 곡이 남아 있어요.

고려 때 송나라에서 수입된 아악은 국가 제사와 궁중 연향악(연회 때 쓰는 음악)으로 널리 연주됐어요.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음악가인 박연(朴堧)은 아악 정리와 복원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제사용 음악인 '문묘제례악'의 구조를 복원하기도 했는데요. 문묘제례악은 공자·맹자 등 중국 성현들을 중심으로 설총·최치원·이율곡까지 총 112인의 신위를 모신 사당에서 연주되는 음악이에요. 지금도 성균관 대성전(大成殿)에서 봄·가을 석전(유교 성인과 선현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에 쓰이고 있죠. 본고장 중국에서는 이미 없어진 지 오래인데, 우리나라에만 남아 전해진답니다.

향악은 아악과 당악을 제외한 모든 곡을 의미해요. 세종이 작곡한 '여민락' '종묘제례악' '영산회상' '도드리' '취타'를 비롯해서 가곡·시조 등도 여기에 포함되는데요. 그중 종묘제례악은 문묘제례악과 함께 대표적인 궁중음악으로 꼽힙니다. 조선 왕실의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 때 펼쳐진 종합 문화 예술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요. 국가무형문화재이자 2001년 한국 무형문화재 중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국악의 분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요. 당악·아악·향악은 주로 궁중에서 연주되던 음악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국악이라고 부르는 민요나 판소리·산조·창작국악 등은 국악의 범주에서 배제돼 있었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이 모든 것을 통틀어 '우리나라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린 음악'을 국악이라 부르고 있어요.

무속 음악에서 유래한 합주곡

이런 국악의 다양한 갈래 속에서 자유로운 연주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산조와 시나위입니다. 최근 현대 국악으로 자리 잡으며 악보로 정리되고 있긴 하지만, 전통적으로는 산조와 시나위 모두 악보 없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요. 따라서 어느 정도의 형식은 정해져 있지만 정형화돼 있지 않고, 연주자가 자신의 기량을 뽐내며 마음껏 변주를 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시나위는 남도 지역의 무속 음악에서 유래한 민속 기악 합주곡이에요. '심방곡(心方曲)'이라고도 불리는데, 무가의 뜻을 담고 있는 무당의 음악을 의미해요. 영혼을 달래기 위해 시작했다는 무속 음악에서 파생한 것으로 볼 수 있죠.

시나위는 여러 악기가 함께 즉흥적인 가락이나 기교로 합주하는 방식이 특징이에요. 중모리·중중모리·엇모리·자진모리·휘모리 등의 장단을 향피리·대금·해금·징·장구 등의 악기를 중심으로 연주해요. '구음 시나위'라고 해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가기도 하죠. 여러 악기가 내는 다양한 소리와 즉흥적인 가락이 어우러지며, 애절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주는 것이 시나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자유롭게 흩어진 가락

산조는 '허튼 가락', 즉 자유롭게 흩어져 있는 가락이라는 의미예요. 비교적 최근인 19~20세기에 등장해서 지금은 우리나라 민속음악의 대표적인 기악 연주 양식으로 자리를 잡았는데요. 시나위 가락과 판소리 가락에서 발전한 가락을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기악 독주곡입니다. 가야금·거문고·대금 등 선율악기에 장구 반주를 곁들여 연주하는데, 장단 사이사이에 절묘하게 녹아들어 가는 장구 연주자의 '얼쑤' '으이!' '좋다' 하는 추임새가 연주의 흥을 돋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하지만 최근에는 장구 반주 없이 독주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산조 연주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산조의 장단은 아주 느린 진양조에서 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단모리 등의 순으로 점차 빠르게 휘몰아쳐요. 그 감정이 차츰 고조되면서 감상하는 이에게 긴장감을 전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첫 산조 연주는 김창조(1865~1919)의 가야금 산조에서 시작됐어요. 산조는 정해진 틀 없이 구전심수(口傳心授·말로 전하고 마음으로 가르침)되기 때문에 스승에 따라 유파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같은 유파 내에서도 연주자마다 자신만의 기교를 넣어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음악성이 발휘되는 게 산조 연주만의 매력이죠. 다양한 가락을 연주하는 연주자에 따라 각기 다른 감상을 할 수 있는 예술적인 결합체인 산조는 국악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답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다음 달 3일까지 서울 종로구 공연장에서 '산조대전(散調大全)'을 선보이는데요. 유파적 특성과 개성적 매력이 공존하는 중견·신예 연주자 30명이 무대를 꾸며요. 윤중강 예술감독은 "자신을 성찰하는 음악"이라며 산조의 매력을 설명하기도 했답니다.

[연주자에 따라 느낌 다른 재즈]

자유롭고 즉흥적인 연주가 매력적인 재즈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 일대에서 시작됐어요. 흑인과 '크레올'(흑인과 프랑스인의 혼혈)이 흐름을 주도했죠. 재즈(jazz)라는 명칭은 1914년쯤 만들어졌는데, 처음에는 'jass' 'Jas' 'jaz'라고 불리기도 했어요.

재즈에서는 곡의 형식보다 연주 그 자체, 즉 '연주 스타일'이 중요해요. 재즈 연주를 위해 작곡된 명곡들도 있긴 하지만 연주자의 재즈 감각과 표현력인 연주 스타일에 따라 곡의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지죠. 그래서 곡 자체에 초점을 맞춰 연주되는 클래식과 달리 곡보다 연주자가 중요해요.

재즈 감상이란 연주 자체를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재즈 연주의 대가로 꼽히는 연주자로는 루이 암스트롱, 듀크 엘링턴, 찰리 파커 등이 있는데요. 이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재즈의 매력을 더욱 가깝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같은 무대에서 한 연주자가 가야금을 연주하는 모습. /서울돈화문국악당
같은 무대에서 한 연주자가 가야금을 연주하는 모습. /서울돈화문국악당
서울돈화문국악당이 다음 달 3일까지 서울 종로구 공연장에서 선보이는 ‘2022 산조대전’ 포스터. /서울돈화문국악당
서울돈화문국악당이 다음 달 3일까지 서울 종로구 공연장에서 선보이는 ‘2022 산조대전’ 포스터. /서울돈화문국악당
최여정 '이럴 때 연극' 저자 기획·구성=조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