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요리사 열 명의 특별한 레시피… 같은 음식에도 다른 추억 담겨 있어요
내일은 떡볶이
이민희 지음 l 출판사 산디 l 가격 1만5000원
이 책을 쓴 이민희 작가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함없이 사랑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떡볶이에요. 작가는 지치고 힘들 때 떡볶이를 먹으면 힘이 난다고 해요. 씩씩하게 살아낼 기운을 얻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지요. 이 책은 작가가 요리사 10명을 만나 그들이 만든 떡볶이를 먹고 이야기를 나눈 기록이에요.
요리사 10명은 '떡볶이'라는 같은 이름의 음식을 만들지만 스타일이 모두 다릅니다. 고추장을 넣기도 하고 고춧가루나 간장을 넣어 만들기도 합니다. 소고기를 넣는 이도 있고 브로콜리를 넣는 사람도 있어요. 하루 전부터 양념을 준비해 숙성시켜 떡볶이를 만드는 요리사가 있는가 하면, 마트에서 파는 반조리 제품을 이용해 10분 만에 후딱 만들어내는 요리사도 있습니다. 심지어 떡볶이를 사 먹기만 해온 까닭에, 생전 처음으로 이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도 있었어요.
이 책은 다양한 떡볶이 요리 방법과 함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요리사들이 마음에 간직한 추억입니다. 사실 이 요리사들은 모두 작가의 친구예요. 이 중 요리가 직업인 사람은 단 한 명뿐이고요. 연령이나 직업·성격이 천차만별인 친구들이 작가에게 떡볶이를 만들어 대접하고 그들의 삶에 촘촘히 박힌 떡볶이 사연을 들려준 것이지요.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자신만의 떡볶이 추억을 지니고 있습니다. 추억 속에는 엄마가 만들어준 최초의 떡볶이가,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먹었던 우정의 떡볶이가 있었지요.
친구들이 만든 저마다 다른 떡볶이 요리를 먹고 거기에 깃든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가는 자신이 특별하고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떡볶이마다 이름을 붙여줘요. 사람들이 철수·영희와 같은 자기만의 이름을 가지듯이 10가지 떡볶이는 '차가웠던 떡볶이' '최초의 떡볶이' '내일은 떡볶이'와 같은 고유한 이름을 지니게 돼요. 요리사들의 떡볶이 사연에 어울리는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음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요. 또 저마다 음식에 자신만의 서사를 담는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작가는 맛있거나 맛없는 떡볶이 외에 감동적인 떡볶이가 있다고 해요. 감동적인 떡볶이는 어떤 것일까요. 아마 좋아하는 사람과 즐겁게 대화하며 먹는 떡볶이겠지요. 그러니 떡볶이를 같이 먹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일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고, 마주 보며 마음껏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