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200여 년 전부터 마취약 사용돼… 그 전에는 환자 기절시켜 수술했어요
입력 : 2022.03.17 03:30
진료실에 숨은 의학의 역사
의학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원시시대에도 몸을 다치거나 병이 나면 낫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 동원했을 테니까요.
이 책은 지금의 병원과 진료실이 있기까지의 역사를 다방면으로 소개합니다. 다양한 의료 기구나 치료 방법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설명하고, 지금은 일반 상식이 된 여러 의학 지식을 흥미롭게 알려줘요. 그중 놀랍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한 이야기도 많아요.
마취약이 사용된 것이 불과 20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마취약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수술을 하기 위해 환자를 때려눕혀 기절시키기도 했다고 해요. 전쟁 때는 맨정신에 팔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하면서, 힘센 장정들이 환자를 붙잡고 있었대요. 18세기에는 해부용 시체가 귀해져 의대에서 시체를 비싸게 구입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무덤을 파서 시체를 가져오는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해결한 의대생도 있었다네요.
지금으로부터 불과 170여 년 전인 1848년 오스트리아의 한 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인데요. 당시 빈 종합병원은 세계 최대의 산부인과 병원이었어요. 매년 이 병원에서만 7000여 명의 아이가 태어났거든요. 그런데 이 병원에서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져요. 이 병원에는 2개의 분만실이 있었는데, 제1분만실에서 아기를 낳은 엄마들의 사망률이 제2분만실보다 무려 10배나 높았던 거예요. 시설은 제1분만실이 훨씬 좋았는데 말이죠. 게다가 제2분만실은 산파들이 출산을 도왔지만, 제1분만실은 의사들이 투입된 곳이었어요.
병원의 의사였던 제멜바이스가 원인을 찾아냈어요. 당시 이 병원의 의사들은 산파들이 하지 않는 일 하나를 더 하고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부검(시신을 해부해서 검사하는 일)이었어요. 의사들은 모두 부검을 한 후 곧바로 분만실로 들어왔고, 의사의 손과 몸이 세균에 오염된 것이 문제였던 거예요. 제멜바이스는 의사들에게 분만실로 들어갈 때 반드시 소독제로 손을 씻게 했어요. 그러자 산모들의 사망률이 곧바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해요. 그는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저명한 의사들에게 편지를 보내 이 사실을 알렸어요. 하지만 의사들은 그의 말을 별로 신뢰하지 않았어요. 이와 함께 '손 씻기'라는 그의 위대한 의학적 발견도 묻혀버렸죠.
손 씻기가 병원의 기본 시스템이 된 것은 그로부터 20년이나 지난 다음이라고 해요. 그가 끈기를 가지고 의사들을 설득했다면 어땠을까요. 의학의 역사에선 손을 씻는 지극히 단순한 행위 하나에도 이토록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숨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