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동굴 생활하며 눈 퇴화… 투명한 몸 색깔이 외계 동물 같죠

입력 : 2022.03.16 03:30

텍사스장님도롱뇽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미국 텍사스주를 흐르는 샌마르코스강 주변 지역에는 세계에서 이곳에만 유일하게 사는 동물이 있어요. '텍사스장님도롱뇽(Texas blind salamander·사진)'이랍니다. 텍사스장님도롱뇽은 몸길이가 최장 14㎝까지 자라는데, 샌마르코스강이 흘러나오는 거대한 동굴인 에드워즈 대수층(지하수를 품고 있는 지층)의 최상위 포식자예요. 빛이라곤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동굴 생활에 맞게 몸을 적응시키다 보니 생김새가 아주 특이해요. 우선 이름처럼 눈이 퇴화해 앞을 볼 수 없어요. 빛이 들어오지 않고, 천적도 없는 곳에서 살다 보니 굳이 앞을 볼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알에서 태어났을 때 있던 눈이 자랄수록 점점 자취를 감추고, 성체가 되면 눈의 흔적을 보여주는 아주 작은 점만 남죠.

천적의 눈을 피해 주변 환경에 맞게 몸 색깔을 유지할 필요도 없다 보니 몸의 색소도 사라져버렸어요. 그래서 몸 색깔은 창백하고 투명해요. 또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도록 물고기처럼 아가미가 달려 있어요. 원래 개구리나 도롱뇽 같은 양서류는 대개 물속에서 살아가는 올챙이 시절 아가미로 숨을 쉬다가도, 육지 생활을 하는 성체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아가미는 없어지고 허파로 숨을 쉬게 되는데요. 텍사스장님도롱뇽은 어렸을 때 잠깐 물 밖을 돌아다니기도 하지만, 성장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동굴 지하수에서 살아요. 그래서 새끼 때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성체로 자라죠. 꼬리 모양도 다른 올챙이의 지느러미 같아요.

눈이 없는 투명하고 납작한 몸에 가느다란 네 발을 가진 이 도롱뇽을 보면 마치 외계에서 온 생물 같다고들 해요. 비록 눈이 퇴화해 앞을 볼 수는 없지만, 피부로 물속의 아주 작은 움직임까지 느낄 수 있어서 먹잇감인 새우나 달팽이 등의 움직임을 쉽게 포착할 수 있지요.

어두운 동굴에서 살아가는 많은 동물은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도록 몸이 적응해 있답니다. 북아메리카 동부 동굴 지대의 지하수에서만 살아가는 물고기가 있는데, 이들도 텍사스장님도롱뇽처럼 눈이 퇴화해서 앞이 보이지 않는 대신 물과 공기의 미세한 진동도 느낄 수 있어요.

최근 몇 년 새 텍사스장님도롱뇽의 멸종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2020년에 텍사스 샌안토니오동물원에서 처음으로 텍사스장님도롱뇽의 인공 부화에 성공해 지역사회에서 크게 반겼다고 합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