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몸에서 열 내 일정한 온도 유지… 추워도 꽃 피우는 비결이에요

입력 : 2022.03.14 03:30

앉은부채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눈이 녹지 않은 이른 봄철, 산속 숲 바닥에서 특이한 형태의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습니다. '앉은부채'인데요. 이 식물은 자주색 혹은 노란색 보자기 같은 조직 안에 작은 꽃들이 통통한 꽃대에 붙어있는 달걀 모양의 꽃을 피운답니다.

앉은부채<사진>는 추운 날씨에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꽃에서 열을 내는 대표적인 식물이에요. 이른 봄 다른 식물보다 먼저 꽃을 피우면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을 모으기 위한 경쟁을 덜 하게 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자신의 꽃가루를 옮기고 열매를 맺을 수 있거든요.

앉은부채의 꽃은 뿌리에 저장한 탄수화물을 소모하며 열을 만드는 방식으로 수일간 약 섭씨 20~25도 범위로 온도를 유지하는데요. 온혈동물인 포유류처럼 주변 온도가 높을 때는 열을 덜 만들고, 낮을 때에는 열을 더 많이 만들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요. 이 온도 범위 내에서 앉은부채의 꽃가루관이 가장 잘 자란다고 합니다.

온도가 낮은 이른 봄에는 꽃가루를 옮겨줄 수 있는 곤충이 많지 않겠죠. 그래서 이 식물은 독특한 방법으로 곤충을 유인합니다.

앉은부채는 삶은 계란·상한 육류나 어류·양파·마늘 냄새 등이 나는 다양한 황 화합물을 만들어 내보내는데, 이런 화합물은 부패한 동물 사체나 식물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과 유사해 곤충을 찾아오게 만들 수 있대요.

숲에서 죽은 생물을 분해하는 곤충들은 공기 중의 화합 물질을 탐지해 먹이와 알을 낳을 곳을 찾는데, 이런 화합 물질을 모방해서 곤충을 속이는 셈이죠. 그래서 특히 파리 종류에게 인기가 많은데요. 열을 내는 호흡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산화탄소와 온기 등도 곤충을 홀리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답니다.

이 식물은 꽃이 지고 나면 손바닥보다 크고 무릎 아래 높이로 자라는 넓은 부채 모양의 잎을 여러 장 내요. 다 자란 잎은 양배추잎과 비슷한 모양이라서 영어로는 앉은부채 종류를 '스컹크 양배추'(skunk cabbage)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여름 동안 넓은 잎으로 광합성을 하며 탄수화물을 저장하면서 다음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거예요.

김한규 위스콘신대 산림·야생 생태학 박사 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