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방글라데시에서 온 소녀 이야기… 이주 노동자 가족의 애환 담아냈어요
입력 : 2022.03.14 03:30
로지나 노, 지나
방글라데시 소녀 '로지나 이슬람'은 다섯 살에 엄마와 함께 한국에 왔습니다. 로지나의 아빠는 이미 한국으로 와서 일하고 있었어요. 아빠와 함께 살기 위해 가족이 국제 이주를 결정한 것이지요. 이 책은 어린 로지나가 스무 살이 되기까지 한국에서 성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로지나 가족의 한국 생활은 어땠을까요?
"아빠는 한국에 왜 왔어요?" 로지나가 묻자 아빠인 사이풀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야 잘살아 보려고 왔지." 사이풀은 가난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살아보려는 마음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한국어로 말하는 작업 지시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바보 취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월급을 못 받는 일도 있었고요. 비자 기간이 끝났을 때는 불법 체류자 단속을 피해 숨어 지내기도 했습니다.
한때 한국 비자를 일시적으로 취득했던 로지나 가족은 결국 '미등록 이주민'이 됩니다. 미등록 이주민이란 자신의 국적이 있는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체류 자격(비자)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뜻해요. 이들은 한국에서 살아가지만, 교육이나 의료 등 대부분의 사회복지에서 제외됩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로지나의 동생 라주는 출생신고를 못 해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죠.
한국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했던 로지나의 아빠는 공장에서 일하던 중 손가락 네 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합니다.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지요. 엄마는 자궁에 큰 혹이 생겼지만 건강보험이 없어 수술을 미루다가 아빠의 사고 보상금으로 겨우 수술을 받습니다. 한국에서 대학 진학도, 정식 취업도 할 수 없던 로지나는 고등학교를 중도에 그만두게 되어요. 로지나 가족은 병들고 다친 몸으로, 상처 가득한 지친 마음으로 방글라데시로 돌아갑니다.
이 책의 제목인 '로지나 노, 지나'는 한국 사회에서 로지나를 부르는 이름에서 따 왔어요. 학교 친구들은 로지나를 "지나야"라고 부르는데요. 자연스럽게 로지나는 '노'씨 성을 가진 '지나'가 됐죠. 이 책은 한 가족만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투명 인간'으로 살아가야 했던 미등록 이주민들의 보편적인 애환을 담고 있지요. 이 책은 이란주 작가가 보고 들은 사실을 바탕으로 창작한 르포소설입니다. 이주민 또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며, 그들의 노고가 더해져 한국 사회가 발전해왔다는 것을 알려 주지요. 우리 곁에 있는 수많은 로지나와 라주가 한국 사회에서 존엄하고 평등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기를, 그들이 마음껏 꿈꾸고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