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법정서 "엄마 사랑해" 외치게 한 판사, 비행 청소년 따듯한 사랑으로 품었죠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천종호 지음 l 출판사 우리학교 l 가격 1만4000원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이렇게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호통을 치는 영상으로 유명한 분이 있어요. 이 때문에 '호통 판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죠. 소년범들의 대부로 유명한 천종호 판사예요. 이 책에는 천종호 판사가 법정에서 겪은 수많은 일화가 담겨 있어요. 천 판사는 청소년들이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소년원으로 송치되는 열일곱 살 미혼모에게 배냇저고리를 선물하기도 하고, 굶주림으로 돈을 훔친 자매에게 용돈을 넣은 지갑을 건네주며 '훔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이 지갑을 생각하라'고 말해주기도 해요. 그는 이 책에서 비행 청소년들에 대한 생각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안까지 직접 제시합니다.
천 판사의 법정에선 청소년들이 크게 소리를 질러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요. 판사가 그렇게 하도록 시키는 건데요. 부모와 오해가 쌓인 친구에겐 법정에서 "엄마, 사랑해요"를 열 번씩 크게 외치도록 하고, 자존감이 낮아 다른 사람을 공격한 친구에게는 "난 사랑받을 수 있다"를 외치도록 한대요.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질 수 있도록 한 천 판사의 깊은 배려지요. 쌓여 있던 감정을 소화하고,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래요.
천 판사는 왜 이렇게 청소년에게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가질까요? 저자는 빈민가에서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나 성장했어요. 단칸방에서 아홉 식구가 살아야 했을 만큼 가난했다고 합니다. 본인이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온 만큼, 어려운 환경에 놓인 청소년에게 각별한 마음이 생겼다고 해요. 나쁜 환경에선 나쁜 길로 들어서는 것이 너무 쉽다는 것도 알고, 반대로 믿어주고 도와주는 좋은 어른이 곁에 있으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것도 아는 거예요.
이 책에서 저자는 잘못을 저지른 청소년들보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그들을 비행으로 내몰았는지를 생각해 보라고 말해요. 천 판사가 책을 통해 세상에 말하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잘 정리된 대목이 있어요. "그동안 무수히 많은 소년을 만났습니다.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그 눈빛을 떠올리며 오늘도 한 판사로서, 한 어른으로서, 한 아버지로서 부끄럼 없이 살아가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거친 분노와 차가운 냉소 뒤에서 어쩌면 홀로 울고 있을 소년의 내일을 누군가는 지켜줘야 합니다. 소년들의 인생에 서둘러 마침표를 찍기 전에 그들이 발 딛고 선 가파른 현실에 먼저 눈을 돌려주십시오."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라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