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1만m 고도에서 비행… 번식지로 떠날 땐 에베레스트산 넘죠

입력 : 2022.03.09 03:30

줄기러기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경남 창원에 있는 철새 도래지 주남저수지에서 얼마 전 줄기러기 한 마리가 발견됐어요. 다른 기러기 무리 사이에 섞여서 먹이를 먹고 쉬고 있었대요. 줄기러기는 흰 머리에 검은 두 줄 무늬가 있어 다른 기러기와 쉽게 구별할 수 있답니다.

줄기러기<사진>는 다른 기러기보다 높이 나는 능력이 있어요. 줄기러기는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는 인도 북부와 미얀마에 있는 늪지대에서 겨울을 나요. 그러다가 번식 철이 되면 알을 낳으려고 티베트와 중앙아시아로 이동해요. 이 과정에서 세계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 산맥을 지나야 해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해발 8849m)을 비롯해 높고 험준한 산들이 펼쳐져 있는데 이런 거친 지형을 거뜬하게 지나가는 거죠. 보통 해발 4000m 안팎의 높이로 날아가는데, 이 정도만 돼도 온도가 뚝 떨어지고 시속 300㎞가 넘는 엄청난 바람이 불어요. 땅 위에 있을 때보다 산소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고요.

그런데 줄기러기는 심지어 에베레스트산보다 훨씬 높은 1만m 고도로 비행한 기록까지 있대요.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 노르가이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에 오를 때 줄기러기가 날아가는 것을 봤다고 해요. 줄기러기는 날아갈 때 기류를 타지 않고 직접 날갯짓만 해서 비행해요. 바람을 타지 않고 날갯짓만으로도 비행 속도를 시속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요. 한번 날기 시작하면 날개를 퍼덕이면서 무려 열일곱 시간 동안 비행한 적도 있대요.

줄기러기는 어떻게 다른 새들이 엄두도 낼 수 없는 고공 비행이 가능할까요? 몸속 곳곳으로 산소를 운반해줘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혈액 속 단백질 헤모글로빈의 기능이 다른 새들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래요. 근육 곳곳으로 산소가 전달될 수 있도록 모세혈관도 잘 발달해 있고요.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오가는 줄기러기가 한반도까지 오게 된 건 이동 중에 태풍 등을 만나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기 때문으로 보여요. 그러다 우리나라로 월동하러 오는 기러기 무리에 합류해 주남저수지에 온 것으로 추정돼요. 이렇게 원래 살지 않는 곳에서 발견된 새를 '길 잃은 새'라고 한답니다. 계절 흐름에 따라 일정한 경로로 이동하는 철새와는 다른 경우죠. 길 잃은 줄기러기는 2003년(한강 하구), 2013년(인천 강화도), 2015년(경남 하동), 2020년(충남 서산)에도 우리나라를 찾아왔답니다.

대형 바닷새 신천옹, 흰머리기러기 등도 길 잃은 새로 모습을 나타낸 적이 있어요. 이렇게 길 잃은 새가 꾸준하게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지구온난화로 열대 지역이 점점 북상하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있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