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고통 견디며 전쟁 치른 무수한 시민들… '역사 주체는 영웅 아닌 민중' 전했죠

입력 : 2022.03.08 03:30

전쟁과 평화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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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러 가는 거예요. 말씀해주세요, 대체 뭐 때문에 그런 끔찍한 전쟁을 해야 하는 건지.

1869년 출간된 러시아 출신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전쟁과 평화'는 "우리 시대 가장 방대한 서사시이자 현대의 '일리아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고전이에요. 일리아스는 고대 그리스 문학의 가장 오래된 서사시이죠. 전쟁과 평화는 1950~1960년대 미국과 소련에서 영화<사진>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나폴레옹을 숭배한 주요 등장인물 안드레이와 피에르가 전쟁을 경험하며 삶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담아냅니다. 나폴레옹의 지휘 아래 유럽을 발아래 둔 프랑스군은 1805년 러시아와 전쟁을 일으켜요. 이 전쟁이 자신에게 영광을 안겨줄 거라고 생각한 러시아 볼콘스키 공작의 아들 안드레이는 나폴레옹을 숭배하면서도 조국을 위한 전쟁에 참전하죠.

그해 말 벌어진 결전에서 러시아군은 대패하고, 안드레이도 중상을 입어요. 그는 자신의 욕망이나 명예욕이 사실 보잘것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적군이지만 숭배했던 나폴레옹도 숭배의 대상에서 멀어졌어요. 그는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아들을 낳자마자 숨을 거두는 아내를 보며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게 되죠.

또 다른 등장인물 피에르 역시 나폴레옹을 숭배하던 인물입니다. 그는 돈 많은 백작의 사생아로, 백작의 전 재산을 상속받고 러시아 상류사회의 유명 인사로 떠올랐어요. 그의 재산을 탐낸 후견인 쿠라긴 공작은 품행이 단정하지 않은 자신의 딸 옐렌과 피에르의 결혼을 성사시켜요. 하지만 아내 옐렌에 대한 좋지 못한 소문이 돌고, 곧 별거에 들어가요. 피에르는 이때부터 선악의 문제,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게 돼요.

두 사람에게 한 줄기 빛을 비춘 사람은 로스토프 백작의 딸 나타샤예요. 로스토프 백작의 집을 방문한 안드레이는 생명력 넘치는 나타샤를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아요. 하지만 약혼하지는 못해요.

1812년 다시 전쟁이 발발하고 러시아군은 모스크바까지 내줘요. 로스토프 가문은 부상병들의 이송을 돕고, 나타샤는 죽음을 목전에 둔 안드레이를 정성껏 간호하지만 그는 곧 세상을 떠납니다. 피에르는 모스크바에 남아 나폴레옹을 암살할 기회를 노리다가 적군의 포로가 돼요. 그곳에서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니라 성실하고 우직한 병사들, 소박한 삶의 지혜를 가진 농민들이 역사의 주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전쟁은 끝나고, 피에르와 나타샤는 결혼합니다.

톨스토이는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나폴레옹 같은 소수의 영웅이 아니라 전쟁터를 지킨 이름 없는 시민들임을 작품 내내 보여줘요. 책에 등장하는 550명 이상의 인물 모두가 역사의 이끌어가는 주체라고 말하고 있어요. 이 책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