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인류의 달 탐사, 120년 전 SF 영화에 등장했어요
입력 : 2022.03.08 03:30
SF의 상상력
- ▲ /그래픽=안병현
상상으로 시작한 생활 속 물건
여느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문도 SF에서 처음 등장했어요. 영국의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는 1899년 소설 '잠든 자가 깨어날 때'에서 사람이 다가가면 저절로 위로 올라가는 문을 묘사했어요. 이후 1950년대에 오늘날과 같이 옆으로 움직여 스르르 열리는 자동문이 나왔죠.
인간이 달 탐사를 떠나기 반세기 전에, 이 모습을 미리 그려낸 SF 영화도 있습니다. 프랑스 영화 제작자인 조르주 멜리에스(1861~1938)는 1902년 무성(無聲) 흑백영화 '달세계 여행'에서 달 탐사를 떠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어요.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1865)를 각색했죠. 영화에서 사람들은 철공소에서 작은 버스 크기의 '포탄'을 만들어 그걸 타고 달을 향해 떠나요. 포탄은 대포에 장착돼 발사되죠. 이 상상은 1969년 우주인 3명을 태운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면서 현실이 됩니다.
최근 주목받는 '메타버스'(가상현실)도 SF에서 처음 등장했어요. 미국의 SF 작가 닐 스티븐슨은 1992년 '스노 크래시'라는 소설에서 가상현실 인터넷을 메타버스라고 명명했어요. 이 소설에선 인터넷 게임 등의 캐릭터인 '아바타'라는 말도 처음 등장했답니다. 가상현실에서 활동하는 가상의 육체를 뜻하는 아바타는 산스크리트어로 '화신(化神)'이라는 뜻이에요. 힌두교의 신이 지상으로 내려왔을 때 그 분신을 의미하죠.
이 밖에 태블릿 PC·스마트워치·3D 프린터는 물론 스마트폰에 장착된 홍채인식 기술 등도 SF 작가나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먼저 등장했답니다.
원자폭탄을 예측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처음 사용된 원자폭탄도 사실 소설 속에서 먼저 등장했어요. 앞서 설명한 영국 작가 웰스는 1914년 소설 '해방된 세계'에서 원자폭탄이라는 단어를 썼어요. 원자핵의 연쇄 반응으로 인한 폭발도 묘사돼 있죠. 더 나아가 원자폭탄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과 방사능으로 인한 후속 피해까지 예측했으니 놀라운 일입니다. 웰스는 이 소설에서 원자폭탄의 과학적 원리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화학 반응이 아닌 새로운 방식에 의한 폭발'이라고 썼다고 합니다.
미국의 SF 작가 클리브 카트밀도 1944년 단편소설 '데드라인'에서 원자폭탄을 상세하게 묘사했어요. 그런데 당시 2차 세계대전을 치르던 미국은 실제 비밀리에 원자폭탄을 개발하고 있었어요. 우연히 카트밀의 소설을 본 정부 요원은 소설 속의 원자폭탄과 비밀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원자폭탄이 대단히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원자폭탄 개발 정보가 새고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했어요. 그래서 카트밀은 정부 조사까지 받았죠. 다행히 첩자 누명을 쓰지는 않았어요.
거대한 링월드, 더 큰 다이슨 구(球)
SF 속 상상의 발명품이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사례는 앞으로도 나올 수 있어요. 어떤 언어도 통역해줄 수 있는 만능 통역기나 진짜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AI) 등을 꼽을 수 있겠죠. 이런 통역기나 AI가 속속 개발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에요. SF 속에선, 처음 접하는 언어도 금세 매끄럽게 통역하고 별도의 데이터 입력 과정 없이도 스스로 완벽하게 학습하는 AI가 등장한답니다.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목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을 탄 사람들이 '동면(冬眠) 여행'을 하는데요. 생명 유지 장치를 달고 체온을 낮춰 최소한의 신진대사만을 하도록 한 거예요. 실제 이렇게 동면 상태로 여행하는 방법은 미래 우주 여행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답니다. 동면과 다른 개념이지만,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병을 먼 미래에 깨어나 치료받기 위한 방법으로 '냉동인간' 기술도 연구되고 있어요.
지구의 환경을 통째 개조하는 SF 아이디어도 있어요. '테라포밍'은 다른 행성의 온도와 대기 상태를 지구와 비슷하게 만드는 기술을 말해요. 인간을 비롯한 지구의 생물이 살 수 있도록 행성 전체를 개조하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먼 미래에는 화성과 같은 행성을 개조해서 사람들이 살 수 있을지도 몰라요. 미국의 SF 작가 킴 스탠리 로빈슨은 '붉은 화성' '녹색 화성' '푸른 화성'이라는 화성 3부작에서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아이디어를 다뤘어요.
이보다 훨씬 담대한 상상도 있어요. 미국의 SF 작가 래리 니븐은 '링월드'라는 소설에서 어떤 별을 둘러싸고 있는 고리 모양의 구조물을 묘사했어요. 이 구조물의 반지름은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와 비슷하고, 폭은 약 160만㎞예요. 이 고리는 별을 중심으로 회전하는데, 지구의 중력과 크기가 비슷한 원심력이 생겨요. 즉, 이 고리의 안쪽에 서면 지구에 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거죠.
구(球) 모양의 구조물로 별을 완전히 감싸는 아이디어도 있어요. 이를 제안한 미국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의 이름을 따 '다이슨 구'라고 불러요. 내부 넓이는 링월드보다도 훨씬 커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예요. 이런 거대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소재와 기술이 아직은 없어요. 먼 미래에는 과연 가능해질까요? SF적 상상력을 발동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