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굳은살 박이고 남의 시선 따갑지만 작가로서의 꿈에 한발 더 다가갔죠
저 청소일 하는데요?
김예지 지음 l 출판사 21세기북스 l 가격 14000원
이 책을 쓴 작가는 대학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며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꿨어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직장에 여러 번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이때 작가의 어머니가 청소 일을 함께 해보자고 합니다. 어머니는 이미 청소 일을 하고 계셨거든요. 일하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으니 남는 시간에 그림을 그리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어요. 이렇게, 작가는 스물일곱 살에 청소 일을 시작합니다.
이 책은 작가가 청소 일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에세이입니다. 20대 후반의 여성이 청소 일을 직업으로 삼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작가는 이 일을 하면서 패배감과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자신의 삶이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생각, 남들이 귀하게 여기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주위 사람들은 "하필이면 왜 청소 일을 하느냐?"고 묻기도 했어요. 작가는 지인들에게 자기 직업 밝히기를 꺼리기도 했고요. 타인이 보내는 편견 어린 시선도 괴로운 일이었지만, '나'를 보는 자신의 편견도 힘들었답니다.
작가는 타인의 시선을 극복하지는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대신, 견디면서 일을 했다고 해요. 다른 이의 시선 때문에 일을 포기하지는 않은 거예요. 작가는 이 일을 하며 4년간 자신이 무엇을 얻었는지 깨달았어요. 손의 굳은살과 발바닥 통증(족저근막염)을 얻었습니다. 또 늘어난 통장 잔액, 함께 일하는 엄마와 대화한 시간, 땀 흘리며 일하는 성실함을 얻었어요. 더구나 이 시간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쓸 수 있게 해줬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인생에 정해진 길은 없다는 사실을 자신의 삶으로 직접 보여줍니다. 자기만의 삶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사람마다 삶이 조금씩 달라야 재미있는 것 아니냐고 독자에게 말을 건네죠.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청소라는 직업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게 되는 까닭입니다.
작가는 여전히 청소 일을 하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자기를 이렇게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성실하게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로 말이에요. 또 작가는 책에 삽화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자신의 책을 창작하는 작가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선택한 일을 소재로 책을 쓰며 꿈에 한 발 다가갈 수 있었던 거예요. 작가는 책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이 책으로 인해 조금씩 새로운 일이 생겼습니다.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그러니 우리 (새로운 문을) 많이 두들겨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