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나이 들수록 짧게만 느껴지는 시간…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소중함 찾아요

입력 : 2022.03.03 03:30
[재밌다, 이 책!] 나이 들수록 짧게만 느껴지는 시간…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소중함 찾아요

어느 할머니 이야기

조앤 슈워츠 지음 l 신형건 옮김 l 출판사 보물창고 l 가격 1만5000원

'시간을 아껴라'는 말이 있어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똑같이 흐르고 붙잡을 수도 없는데, 대체 어떻게 아낄 수 있을까요? 우린 모두 같은 시간을 살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모든 시간을 똑같이 느끼진 않는답니다. 재미있게 노는 날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만큼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할 땐 같은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것처럼요.

이 그림책은 '다르게 흐르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해요. 낡고 오래된 집에서 늙은 개와 함께 사는 한 할머니가 주인공이랍니다. 어느 가을날 할머니와 개는 언덕으로 산책하러 나가요. 할머니는 소리가 듣고 싶었거든요. 바삭거리며 발에 밟히는 가랑잎 소리, 앙상해진 나뭇가지 사이로 지나는 바람 소리…. 할머니는 새를 보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해하기도 해요. 할머니를 따라나온 늙은 개에게는 산책보다 재미있는 시간은 없을 거예요. 할머니가 던져주는 막대기를 쫓아가 물고 오는 놀이는 온종일 해도 질리지 않아요. 할머니는 밖에서 노느라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죠. '하루가 영원할 순 없을까?'

어느덧 해는 저물고 달이 떴어요.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곧 잠이 들어요. 다음 날 새벽 할머니는 일찌감치 눈을 뜹니다. 그러곤 개와 함께 해가 떠오르는 것을 바라봐요. 할머니의 새로운 하루는 이렇게 밝은 희망으로 다시 시작되지요.

이 그림책을 보면 마치 시간을 현미경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할머니의 눈에 보이는 모든 장면과 기억, 마음속 생각까지 섬세하게 표현돼 있어요. 너무나 평범한 하루지만 일상에서 평화로움과 희망을 느끼며 모든 순간 감사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전해지죠.

네덜란드의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다우어 드라이스마 교수는 '기억'이라는 것을 통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듯 느껴지는 이유를 설명해요. 어릴 땐 모든 경험이 새롭지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경험이 적어져요. 새로운 것은 기억에 잘 남지만 반복되는 것은 기억에 잘 남지 않아요. 이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네요.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여겨서인지 주인공 할머니는 별다를 것 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자신의 시간을 아주 소중하게 여기며 만끽해요. 이 책은 이런 할머니의 시간을 우리가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해줘요.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만드는 법을 알려준답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