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물 없는 사막이나 황량한 초원에 살아… 암컷 뿔이 더 길어요

입력 : 2022.03.02 03:30

오릭스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중동 나라 요르단의 한 자연보호구역에 아랍에미리트에서 들여온 '오릭스'<사진> 스무 마리를 풀었대요. 암컷 5마리와 수컷 15마리인데, 한때 이곳에서 살다 자취를 감춘 오릭스를 복원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오릭스는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사는 영양이랍니다. 곡선을 그리며 자라는 뿔과 검은색·흰색이 조화를 이룬 얼굴 색깔 등 우아하고 멋진 생김새로 유명해요. 숲이나 물 근처에서 살아가는 많은 영양과 달리 사막이나 숲·나무가 거의 없는 황량한 초원에서 주로 살아가죠.

그래서 그런지 오릭스의 몸은 척박한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적응돼 있어요. 마실 물이 없을 때는 제 몸이나 바위에 맺히는 이슬을 핥아서 수분을 섭취하고요. 식물이 수분을 많이 머금은 밤 시간에 맞춰 주로 식사를 하기도 하죠. 그늘이 없을 때는 얕은 구멍을 파고 들어가서 쉰답니다.

오릭스는 사는 곳에 따라 털 색깔이 조금씩 달라요. 아라비아의 오릭스는 아프리카 오릭스보다 몸 색깔이 희어서 더울 때 햇빛을 반사해주고, 추운 계절이 되면 다리 부분의 털 색깔이 어두컴컴해져서 빛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줘요.

오릭스의 뿔에는 특별한 점이 있어요. 영양이나 사슴은 뿔이 주로 수컷에게만 자라고, 암컷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수컷보다 훨씬 작은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오릭스는 암컷의 뿔이 수컷보다 가늘긴 하지만 오히려 더 길어요. 암컷도 당당한 뿔을 갖고 있다 보니 번식 철에는 오릭스 암수가 마치 수컷들끼리 영역 다툼하는 것처럼 뿔을 맞부딪치는 광경도 볼 수 있어요.

아라비아에서는 거친 환경에서 강인하게 살아가는 오릭스의 모습과 당당한 몸집에 반한 사람이 많았대요. 그래서 오릭스를 소재로 시도 많이 쓰고, 그림과 조각으로도 만들었어요. 특히 위로 뻗다가 뒤로 휘는 오릭스 특유의 뿔은 이 지역 사람들의 전통 칼 '시미타르'와 아주 닮았다고 해요.

요즘에도 오릭스는 중동 나라에서 인기 만점이에요. 회사 로고나 상표 등으로도 쓰여서 대형 항공사인 카타르항공의 로고로도 채택됐죠. 이 나라에서 2006년 열린 아시안게임 마스코트가 오릭스였는데, 올해 12월 열리는 월드컵 축구 대회 마스코트로도 오릭스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해요.

이처럼 아라비아의 오릭스는 오랫동안 지역 상징으로 사랑받았지만, 1960년대 이후에는 야생에서 씨가 말랐다고 해요. 뿔에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 고기를 얻으려는 사람 등이 마구잡이로 사냥에 나섰기 때문이에요. 이후 중동 국가들과 오릭스를 사육하는 전 세계 동물원이 힘을 합쳐서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