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232] '대가리'와 '머리'

입력 : 2022.03.02 03:30
[예쁜 말 바른 말] [232] '대가리'와 '머리'
'반건조 생선을 자주 먹는 이들이 특히 즐겨 먹는 별미는 바로 대구 대가리!'

한 TV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어요. 그러자 평소 바른 우리말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방송에서 대가리가 뭐야! 머리지"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대구 대가리'는 맞는 말입니다. '대가리'는 사람 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뿐 아니라 동물 머리를 뜻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소 대가리' '멸치 대가리'와 같이 써요. 또 '콩나물 대가리' '열차 대가리'와 같이 주로 길쭉하게 생긴 물건의 앞이나 윗부분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머리'는 사람이나 동물 목 윗부분, 눈·코·입 따위가 있는 얼굴을 포함해 머리털이 있는 부분을 이르는 말이에요. 그러니 '생쥐 대가리' '생쥐 머리'와 같이 모두 쓸 수 있지요. 그러나 사람의 신체 부위를 지칭할 때는 속되게 이르는 말인 '대가리'를 쓰기보다 '머리'를 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많이 쓰는 관용적 표현으로 '대가리가 터지도록 싸우다'(몹시 심하게 치고 때리면서 싸우다) '대가리를 싸고 덤비다'(모든 힘을 다하여 덤비다) 등이 있어요.

<예문>

­ㅡ이곳은 회를 뜨고 남은 뼈와 대가리를 넣고 끓인 생선 매운탕 맛집으로 유명하다.

­ㅡ'쇠꼬리보다 닭 대가리가 낫다'는 속담은 큰 집단의 말석보다는 작은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ㅡ­골목길에서 흡연하는 학생을 보자 아저씨는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뭐 하는 거냐?"고 야단을 치셨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