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이야기] 단순미 추구한 근대 건축의 거장 "신은 디테일에 있다" 명언 남겼어요

입력 : 2022.03.01 03:30

미스 반데어로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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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인디애나대 학내에 건축·디자인 전공 학생을 위한 건물 하나가 완공됐어요. 70년 전인 1952년 당대 최고 건축가였던 루드비히 미스 반데어로에(1886~1969)가 설계한 건물인데, 당시에는 공사비가 없어 실제로 짓지 못했다가 2019년 기부금으로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고 해요.

미스는 근대 건축의 기틀을 마련한 거장 중 한 사람으로 꼽혀요. 유리와 철을 이용해 극도로 명확하고 단순한 건축을 추구했죠. '적을수록 풍요롭다(Less is More)'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해요.

그는 독일 아헨에서 석공의 아들로 태어났어요. 전문적인 건축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근대 건축의 초기 거장인 페터 베렌스(1868~1940) 밑에서 조수로 일하면서 재능을 인정받아요. 미스는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진보적 사상이 주목받자,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공간을 제시하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1929년 바르셀로나 엑스포 때 전시를 위해 임시로 지은 '독일관'<사진>입니다. 이 건물은 내부와 외부가 명확히 나뉘지 않고 물 흐르듯 연결된 게 특징이었어요. 얇은 기둥과 대리석 벽, 통유리창이 지붕을 지탱하고 있었죠. 마치 선과 면으로만 구성된 추상적 풍경처럼 보여 당시 관람객들에게 충격을 안겼다고 해요. 이 전시를 보러 온 스페인 국왕을 위해 만든 의자 '바르셀로나 체어'도 유명합니다. 유려한 곡선 모양의 금속 지지대를 'X'자로 교차시킨 모습인데, 지금도 큰 사랑을 받고 있죠.

미스는 1937년 미국으로 넘어가 시카고 일리노이공과대 건축학과 학장을 지내며 수많은 걸작을 만듭니다. 1951년 완공한 이디스 판스워스 하우스는 강철 기둥 8개가 반듯한 바닥과 지붕을 완벽하게 지탱하고 있어요. 외벽에는 거대한 사각형 통창을 설치했죠. 건물 내·외부가 배경에 흡수되는 듯한 초현실적인 모습에 "한 편의 시 같은 건축"이란 찬사를 받았습니다.

미스의 건축 철학은 전 세계 도시 풍경을 바꾸기도 했어요. 1958년 뉴욕 맨해튼 중심의 미드타운에 완공한 시그램 빌딩은 건물 외관 전체를 유리로 덮은 '커튼월' 방식의 직사각형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현대 마천루의 상징이 됐죠. 당시 일반적으로 고층 건물은 높아질수록 규모를 줄이는 '웨딩케이크' 방식으로 지어졌는데요. 대로에 닿는 햇빛을 막지 말라는 법에 맞추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미스는 직사각형이 주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위해 아예 건물을 도로선에서 27m 뒤로 빼서 지었답니다.

전종현 디자인 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