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3m 노래기, 50㎝ 잠자리… 풍부한 산소로 몸집 키웠죠
입력 : 2022.03.01 03:30
거대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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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유재일
익룡은 약 2억3000만년 전 지구에 출현해서 공룡과 함께 중생대를 지배한 대표적인 동물인데요. 이번에 발견된 화석은 현재까지 발견된 익룡 화석 모두를 통틀어 보존 상태가 가장 완벽하대요. 연구진이 뼈를 분석한 결과, 이 익룡은 날개폭 2.5m 정도에 몸무게 10㎏ 이하로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어린 개체였어요. 만약 더 성장해서 성체가 됐다면 날개폭이 3m에 달했을 거라고 해요.
기존에는 중생대 초기 익룡을 갈매기 크기 정도로 추정했어요. 그러다 약 1억5000만년 전 조류가 등장하고 조류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몸집이 커졌을 것으로 봤죠. 하지만 이번에 새로운 화석이 발견되면서 그보다 이전에 살았던 익룡도 이미 큰 몸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답니다.
거대 잠자리와 초대형 노래기
지구상에는 지금과 비슷한 생김새를 가졌지만 과거 훨씬 크기가 컸던 동물들이 있어요. 고생대 석탄기(약 3억5920만년 전~2억9900만년 전)에 살았던 거대한 잠자리 '메가네우라'와 초대형 노래기로 불리는 '아르트로플레우라'가 대표적인데요.
'커다란 신경(神經)'이라는 뜻의 메가네우라(Meganeura)는 지금의 잠자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날개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의 길이가 75㎝에 달했다고 해요. 머리부터 꼬리까지는 약 40~50㎝이고요. 날개가 워낙 컸기 때문에 날개 무늬가 마치 굵은 신경처럼 선명하게 화석에 나타나 있어요.
거대한 노래기인 아르트로플레우라(Arthropleura)는 지금의 지네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몸 길이가 30~300㎝에 이를 정도였어요. 이 노래기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것은 현재까지 발견된 육상 무척추동물 중 가장 크답니다. 몸의 크기와 생김새를 보면 육식이었을 것 같지만, 화석의 내장 속에서는 양치류의 포자가 발견됐어요. 이 때문에 초식 또는 잡식이었을 것으로 추정해요.
산소 풍부했던 석탄기 환경에 영향
고생대 석탄기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매우 커다란 절지동물의 화석은 자주 발견되고 있어요. 크기를 비롯한 동물의 진화는 지구 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고생대 석탄기는 지구상에 나무가 처음 등장해서 번성한 시기예요. 이 시기 나무의 광합성으로 대기 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어요. 현재 지구 대기에서 산소의 비율(21%)보다 훨씬 높은 30% 정도였지요.
메가네우라나 아르트로플레우라와 같은 절지동물은 우리처럼 폐로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기문(氣門)을 통해 숨을 쉬어요. 기문은 몸의 표면에 있어서 외부의 공기가 직접 몸 안으로 들고 나는 문 역할을 해요. 절지동물의 호흡은 고농도에서 저농도로 물질이 스스로 퍼져나가는 확산(擴散)을 통해 일어나요. 몸 밖의 산소 농도가 높으니까 기문을 통해 몸 안으로 산소가 밀려 들어오는 거지요. 석탄기에는 산소가 매우 고농도였기 때문에 확산 효율도 높아서 체내 조직 구석구석까지도 산소 공급이 잘됐어요. 그래서 몸 크기를 최대로 키울 수 있었던 거랍니다.
절지동물 사라진 중생대
반대로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와 쥐라기에는 대기 중 산소 농도가 15% 이하로 급격하게 낮아지게 됩니다. 이번에도 산소 농도는 동물의 생존과 진화에 영향을 줬답니다.
이전에 나타났던 거대 절지동물들은 더 이상 큰 몸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사라졌어요. 현재의 도마뱀처럼 네 발로 기어다니는 양서류나 파충류는 조금만 움직여도 산소가 부족해서 호흡곤란을 겪게 됐던 거지요. 몸의 구조도 문제였는데요. 네 발이 모두 몸의 옆에서 수평으로 뻗어나와 아래로 꺾어지게 돼 있기 때문에 기어 다닐 때마다 몸이 양 옆으로 흔들리고, 이때 폐가 눌리면서 숨 쉬기가 더 어려웠던 거예요.
산소 농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이런 몸 구조는 생존에 불리하겠죠. 그래서 기거나 걷는 동안에도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진화한 동물이 등장했어요. 바로 공룡입니다. 공룡 중 네 발로 걸었던 개체들은 도마뱀 등에 비해 다리의 각도가 땅을 향해 수직으로 뻗어 있었는데요. 그래서 걸을 때 상대적으로 폐가 덜 눌렸어요. 특히 두 발로 걷는 공룡들은 네 발 공룡들보다 폐의 위치가 더 높기 때문에 뛸 때도 숨을 쉴 수 있었죠. 결과적으로 공룡들이 몸에 산소 공급을 더 잘할 수 있게 되면서 번성했고, 호흡과 먹이 활동에 유리한 몸 구조 덕분에 더욱 몸집이 커지게 됐던 거죠. 중생대가 공룡의 세상이 된 이유를 알겠죠?
[익룡 화석 발견이 어려운 이유]
익룡 화석은 다른 공룡 화석에 비해 발견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뼈 때문인데요. 화석에 흔적을 남기기 어려울 정도로 뼈의 속이 비어 있거나 뼈의 두께가 종잇장처럼 너무 얇았던 것이죠.
익룡이 이 같은 뼈 구조를 갖추게 된 것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몸이 가벼워야 유리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지금의 조류도 뼈 속이 비어있는 채로 두께가 매우 얇은 관 형태의 뼈를 가진 것들이 많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