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짧지만 가식없는 편지 한 줄… 진심 담긴 소통의 시작이었죠

입력 : 2022.02.28 03:30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

[재밌다, 이 책!] 짧지만 가식없는 편지 한 줄… 진심 담긴 소통의 시작이었죠
세이노 아쓰코 지음 l 김윤수 옮김 l 출판사 라임 l 가격 9000원

이 책은 131쪽 분량의 짧은 소설이에요. 간결한 작품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진심이 깃든 소통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생각하게 만드는 여운이 깊은 작품입니다.

어느 날 중학교 1학년 후미카에게 곤란한 일이 생깁니다. 며칠째 결석 중인 친구 오바야시에게 편지를 써야 하는 일이었어요. 학급 친구들이 오바야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회의를 했고, 편지를 쓰기로 결정한 거예요. 후미카는 걱정이 앞섭니다. 오바야시와 한마디 말도 나눠보지 않았고,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대는 편지는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의무적으로 편지를 제출해야 해서 후미카는 어쩔 수 없이 편지를 씁니다.

"네가 없으니까 쓸쓸해. 텅 빈 네 자리가 매일 신경 쓰여." 후미카는 자신이 쓴 편지가 금세 부끄러워졌어요. 진심이 담기지 않은 까닭이지요. 후미카는 다시 편지를 씁니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지만 오바야시와 친하지 않았기에 한 줄 쓰는 것도 힘들었어요. "언젠가 제대로 된 편지를 쓸게." 짧지만, 가식 없는 진심이었습니다. 이 한마디를 적어 오바야시네 집 우편함에 넣습니다.

다음 날 학교에 나온 후미카는 쉬는 시간 오바야시 자리에 앉아 봤어요. 의자에 앉으니 삐걱 소리를 내며 의자가 오른쪽으로 기웁니다. 교실도 칠판도 창문도 기울어져 보였습니다. 후미카는 쉬는 시간마다 오바야시의 의자에 앉아 여러 생각을 해요. 오바야시는 이 자리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계속 결석하는 오바야시는 친구들에게 잊힌 존재가 되고 싶은 걸까….

그러다 오바야시는 자신의 자리에 수시로 앉는다는 후미카의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해 들어요. 그러고는 궁금해합니다. '그 아이는 내 자리에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서로의 생각을 알고 싶어진 순간, 마음이 통하기 시작한 것이겠지요. 오바야시는 후미카에게 손가락 굵기만 한 작은 크기의 나무토막을 보냅니다. 나무토막의 용도를 다른 친구들은 몰랐지만 후미카는 알고 있었어요. 의자 밑에 끼워 넣고 앉으니 세상이 비로소 삐딱하지 않게 보였습니다.

이 책은 '진심'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는 대개 적당한 무관심과 적당한 친절로 타인을 대하지요. 열네 살 후미카는 적당함으로 자신의 마음을 꾸미는 대신 어떻게 진심을 전할지 고민합니다. 기울어진 의자에 앉아 친구의 시선으로 풍경을 보고, 친구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합니다. 이 진심이 오바야시에게 전해진 것이지요. 오바야시가 보내온 나무토막도 바로 진심이 깃든 선물이에요.

서현숙 '소년을 읽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