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기왓장 한 장까지 화폭에 생생하게… 정조와 함께 화성을 거닐어 볼까요
수원화성
우현옥 지음 l 출판사 미래아이 l 가격 2만5000원
마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는 책이 있어요. 이 책도 그래요. 책장을 펼치면 양면 가득 수원 화성의 성문과 성곽 모습이 파노라마 사진처럼 펼쳐집니다. 양면으로 길게 펼쳐진 성곽 모습은 얼핏 보면 사진으로 착각할 수 있을 만큼 사실적으로 그려졌지요. 성벽에 쌓아 올린 돌 하나하나는 물론, 성문의 지붕 위 기왓장 한 장조차 꼼꼼하게 묘사돼 있답니다.
이 그림을 그린 김기철 화가는 서양화를 그렸던 인물인데요. 2008년 우리나라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불에 타버린 사건 이후, 우리 옛 건축물을 화폭에 생생하게 옮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고 해요. 이 책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들을 그림으로 기록하겠다는 화가의 의지와 오랜 노력의 결과입니다.
책 속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조금은 기이한 느낌이 들어요. 세밀하게 묘사된 대상은 사진처럼 사실적인데, 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배경은 파랑·빨강·노랑 같은 색이 단순하게 칠해져 있거든요. 명암이나 원근감도 없어요. 그래서 어찌 보면 현실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비현실 같기도 하죠. 화가는 자신이 그린 그림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해요. "우리나라의 궁궐은 자연·햇빛·바람을 가미해서 만든 건축물입니다. 그래서 배경 색깔은 자연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했습니다." 화가의 설명을 듣고 나니 책 속의 그림들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책 속에 등장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인공은 특별한 인물이에요. 할아버지 영조가 뒤주에 가둬 죽어가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살려달라고 간청해야만 했던 조선의 제22대 왕 정조랍니다. 수원 화성은 정조 때인 1794년 짓기 시작해 2년 9개월 만에 완공됐는데요. 정조의 입을 빌려 수원 화성을 만들게 된 이유부터 건축적 특징, 각 부분의 세세한 쓸모에 이르기까지 수원 화성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설명하는 거예요.
"아버님을 뵈러 배봉산에 다녀오는 길이었어. 나는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지. 아버님 묘소를 수원 화산으로 옮기기로 한 거야. 이어서 모든 백성이 편히 드나들 수 있는 성을 만들기로 했지. 나는 머릿속에 있던 생각을 찬찬히 풀어놓았어. 젊은 실학자 정약용과 화가 김홍도가 종이에 그렸지. 그림을 보자 가슴이 설레어 잠을 이룰 수 없었어." 이 책 내용을 쓴 우현옥 작가는 정조 임금의 내면으로 들어간 듯 이야기를 풀어가요. 책 속의 문장들을 읽으면, 마치 임금님의 친구가 되어 함께 성을 거니는 느낌이 들어요. 이 책은 웅장하면서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성이 잘 버무려진 흥미로운 그림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