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구릿한 냄새 나지만 살균 효과 있고 마음 진정시켜준대요
입력 : 2022.02.21 03:30
사스레피나무
- ▲ /위키피디아
사스레피나무는 우리나라 남쪽 바닷가 부근 숲속에서 흔히 볼 수 있어요. 바닷바람을 많이 쐬는 곳에서 자란 나무는 2m 정도로 키가 작지만, 숲 안쪽에서는 10m 정도까지 크게 자라요. 잎은 진한 녹색으로 동백나무처럼 두껍고 가죽 같은 느낌이 나요. 잎 가장자리는 파도 같은 잔톱니 모양이에요.
이 나무는 3월부터 4월까지 종(鐘) 모양의 누런빛이 도는 흰색 꽃<사진>을 피워요. 가지와 잎이 붙어 있는 곳마다 아래를 향해 다닥다닥 붙어 피기 때문에 얼핏 보면 잎만 무성하게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식물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나면 꽃이 피어 있다는 의미죠. 가을에는 콩알 크기의 검은 보라색 열매를 맺는데, 한겨울에도 열매를 매달고 있어 겨우내 새의 먹이가 돼요. 이를 통해 씨앗을 퍼트리는 거예요.
사스레피나무의 꽃이 구릿하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벌과 나비가 아닌 파리를 유인하기 위해서예요. 사스레피나무는 파리를 통해 수분(受粉)을 하는데요. 벌과 나비 같은 곤충을 매개로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부터 꽃을 피우기 때문이에요. 겨울에 꽃을 피우는 팔손이도 곤충이 아닌 파리를 통해 수분을 한답니다. 고약한 냄새를 풍겨서 병원균과 기생충에서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전략도 있어요.
꽃 냄새를 내는 주성분은 '알파피넨'과 '리날로올'인데요. 둘 다 톡 쏘는 향이 나는 강한 물질이에요. 알파피넨은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가 내뿜는 성분이고, 리날로올은 라벤더향의 주성분으로 뇌의 스트레스를 줄여 주는 효과가 있어요. 덕분에 살균이나 진정 효과를 주죠. 소나무나 라벤더와 달리 악취가 나는 건 여기에 '디메틸삼황화물'이라는 성분이 더해지기 때문이에요. 이 성분은 양파 썩은 냄새를 풍기는 게 특징이죠. 가뜩이나 강한 향에 이 냄새가 더해져서 악취로 느껴지는 거예요.
이 식물은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공해 물질 아황산가스에 대한 내성이 강해서 공기 청정 기능도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정원수나 울타리용으로 주로 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