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미혼모에 약물중독, 가정 불화… 성장기 고통 이겨낸 아이들 얘기

입력 : 2022.02.21 03:30
[재밌다, 이 책!] 미혼모에 약물중독, 가정 불화… 성장기 고통 이겨낸 아이들 얘기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조우리 지음 l 출판사 비룡소 l 가격 1만2000원

이 책은 각기 독립적인 일곱 편의 소설이 연결돼 있는 연작(聯作) 소설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같은 반 아이들 여섯 명이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평범한 고등학생인 것 같지만, 저마다 깊숙한 고민과 비밀을 하나씩 품고 있어요.

하연이는 학교 수업을 마친 후 18개월이 된 동생을 돌보느라 바쁩니다. 사실 동생은 하연이가 출산한 아이예요. 하연이의 엄마가 손주를 자신의 자녀로 출생 신고한 거예요. 이것이 하연이의 비밀이에요. 드러낼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비밀 때문에 하연이는 몹시 괴롭습니다.

보라는 걸핏하면 동네 병원을 돌며 처방받은 약을 과다하게 먹는 아이입니다. 보라의 부모님은 본인들의 갈등 때문에 보라에게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요. 보라는 약물에 의존해 잠시나마 외로움을 잊으려 하지요.

갑자기 실종된 아버지를 1년째 애타게 찾고 있는 현준이도 있어요. 자신에 대한 황당한 소문이 학교에 퍼지자 수치심을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재경이, 연예인의 소셜 네트워크에 쓴 악성 댓글로 고소당하고 벌금을 마련하려 애쓰는 민기, 친구들과 술 마시며 찍은 사진이 학교에 공개돼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수영이…. 이들은 모두 가볍지 않은 문제나 비밀을 가진 아이들입니다.

작가는 왜 이런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았을까요. 작가는 고등학교 때 불안과 우울 증세가 심했고, 오직 책 읽기만을 좋아하던 학생이었다고 해요. 그때 한 선생님이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작가가 되면 어떻겠느냐고 말을 걸어왔어요. 이 말 한마디가 작가의 길을 걷게 된 출발점이었어요. 작가는 이 책이 사춘기를 힘들게 지내는 청소년을 "괜찮다"고 다독이는 목소리가 되길 바란다고 하네요.

다행히 여섯 명의 아이들은 폭풍 같은 열여덟 살을 견뎌냅니다. 이들의 비밀과 고민을 이해하고 힘이 돼주는 '단 한 사람'이 곁에 있었거든요. 엄마나 아빠, 혹은 친구였어요.

재경이는 하연이를 좋아했는데요. 하연이는 자신이 가진 비밀 때문에 재경이와 친해질 엄두를 못 냈지만, 결국 둘은 친한 사이가 됩니다. 서로를 구원하는 사람이 된 것이지요. '어쨌거나 지금은 스무 살 같은 건 되고 싶지 않아.' 이 말은 하연이가 재경이 손을 잡고 걸을 때 했던 생각이에요. 어떤 의미일까요.

하연이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지닌 '지금'이 늘 버거웠지요. 하지만 친구와 마음을 나누며 세상에 발을 딛게 된 '지금'을 좋아하게 됐어요. 가장 좋은 지금인 열아홉 살을 붙잡고 기억하고 싶은 마음 아닐까요.

서현숙 '소년을 읽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