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실제보다 관념을 주로 담는 동양화… 文人들이 그리며 생긴 화풍이에요
동양화 도슨트
장인용 지음 l 출판사 다른 l 가격 1만6000원
동양화가 어렵게 느껴지나요?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동양 미술서예요. 중문학과 전공으로 중국 미술사를 공부한 저자는 오랫동안 출판 일도 했어요. 그래서 청소년 독자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죠. 동양화에 대해 흥미롭고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 마치 자상한 선생님과 수업을 함께하는 것처럼 느껴진답니다.
"동양화에서는 실제 세상에서의 물리적인 크기나 관점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동양화는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려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을 마음에 담아 다시 조합해 그립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그리기만 한다면 예술의 경지라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동양화가 어려운 이유는 관념적인 그림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에요. '관념'이란 사람의 마음속에 나타나는 개념이나 의식의 내용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관념적인 예술이 어려운 이유는 감각적으로 느끼기보다는 생각을 거쳐 이해해야만 하기 때문이에요. 서양화라고 해도 관념적인 추상화나 행위 예술은 이해하기 어렵죠. 동양에선 문인화라는 것이 주류로 등장하면서 관념적인 것, 즉 눈에 보이는 세계를 벗어나 추상적인 세계를 일찌감치 추구했다네요.
이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문인화가 동양화의 주류로 등장한 역사적 배경까지 설명합니다. 1279년 송나라가 멸망하고 몽골인이 지배하는 원나라가 등장해요. 유목민이던 몽골인들은 예술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던 관아인 화원을 모두 없애버렸죠. 화가들이 모두 직업을 잃은 거예요.
그러다 보니 그림을 취미로 삼던 문인들만 그림을 그리게 되었네요. 하지만 문인들은 자신들의 그림 솜씨가 직업 화가만큼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문인 화가들은 그림은 '형태를 닮은 것'이 아니라는, 그럴듯한 이론을 만들어 붙이곤 자신들만의 새로운 그림을 추구했다고 해요. 서예는 글씨의 획과 공간의 배치가 어우러진 추상적인 미를 추구하는 예술인데요. 당시 문인들은 자신들이 향유하던 서예 개념을 그림에까지 확장했다고 해요. 시문 짓기까지 끌어들였기 때문에, 동양화는 이후부터 문학이나 철학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어요.
이 책은 이렇게 동양화의 본질에서부터 역사, 우리 화가들의 예술 세계, 산수화와 인물화, 사군자와 풍속화, 민화에 이르기까지 동양화에 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두루 친절하게 설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