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5000년 전 핀란드에서도 타… 동물 뼈·돌 갈아 날 만들었죠

입력 : 2022.02.15 03:30

스케이트

런던 박물관에 있는 중세시대 동물 뼈 스케이트. 뼈 위에 발 올리고 끈으로 묶었어요. /위키피디아
런던 박물관에 있는 중세시대 동물 뼈 스케이트. 뼈 위에 발 올리고 끈으로 묶었어요. /위키피디아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잇따라 메달을 따고 있어요. 이들 종목은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판 위에서 순위 경쟁을 벌이는 경기인데요. 스케이트가 기원전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선사시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스케이트는 약 5000년 전 핀란드 지역에서 만들어졌어요. 동물의 뼈나 돌을 길게 갈아 가죽끈을 연결한 뒤 신발에 묶는 식이었죠. 혹한기 사냥을 할 때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스케이트를 신고 이동하거나 물건을 운반할 때 사용했다고 합니다. 금속 날을 사용한 최초의 스케이트 역시 서기 200년쯤 스칸디나비아 반도 지역에서 개발됐는데요. 가죽 신발 밑부분에 얇은 구리를 접어서 부착한 형태였죠.

하지만 중세시대까지도 서민들은 대체로 동물의 뼈를 이용해 스케이트를 만들었어요. 금속을 구하는 것도, 가공하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이었죠. 그러다 18세기 영국에서 금속 날이 달린 스케이트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는데요. 산업혁명으로 철강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이에요. 1742년 세계 최초의 스케이팅 협회가 만들어진 곳도 영국 런던이었습니다. 이후 스케이팅이 스포츠로 여겨지기 시작했고, 1890년에는 국제 스케이팅 대회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렸어요.

우리나라에는 과거부터 '설마(雪馬)'라는 전통식 스케이트가 있었어요. 스키와 스케이트를 섞어 놓은 듯한 모양인데요. 조선 말기의 화가 김준근이 조선의 풍속을 그린 풍속화첩 '기산풍속도첩'에는 짧은 스키 형태의 신발을 신고 막대기 하나를 지지대 삼아 얼음이나 눈 덮인 산골에서 설마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묘사돼 있어요. 이 설마의 형태는 현대에도 '고로쇠 스키'라는 이름으로 계승돼 내려옵니다. 설마를 만드는 재료가 수액으로 유명한 고로쇠 나무이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 처음 서구식 스케이트가 소개된 건 1894년이에요. 고종과 명성황후가 당시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 선교사들에게 스케이팅 시범을 보여달라고 한 거예요. 한국인이 최초로 스케이트를 구매한 것은 1905년이에요. 당시 미국인 선교사 질레트가 귀국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스케이트를 경매에 넘겼어요. 현동순이라는 사람이 15전(錢)에 스케이트를 사서 질레트에게 어떻게 사용하는 물건인지 물었다고 하네요.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