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잎 3~5년마다 시들어 떨어져… 방울 하나에 잣 100여 개도 달리죠

입력 : 2022.02.14 03:30

잣나무

/국립식물원
/국립식물원
겨울철 황량한 산에서 유난히 푸르게 보이는 나무가 있어요. 침엽수인 잣나무인데요. 주로 높이 1000m 이상인 한반도 중·남부 지역 산지에서 자생하고 있어요. 추운 지역에서 자라기 때문에 주로 중국의 동북 지방과 러시아 연해주에 자연적으로 분포하죠. 하지만 식용·목재·조경 등 쓰임이 많아 우리나라 전역에서 기르고 있답니다.

잣나무는 소나무와 같은 속(屬) 식물입니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달라요. 소나무는 바늘잎이 두 개씩 뭉쳐 나는 반면 잣나무는 다섯 개씩 뭉쳐서 납니다. 잎은 3~5년간 달려 있다가 갈색으로 시들어 떨어지고요.

씨를 감싸고 있는 방울의 크기도 달라요. 솔방울은 통상 크기가 3~4.5㎝인데, 잣나무의 잣방울(잣송이·사진)은 12~15㎝로 더 커요. 줄기 껍질로도 구별이 가능해요. 통상 소나무 줄기의 껍질은 그물 무늬로 갈라지지만, 잣나무는 결을 따라 불규칙하게 갈라집니다.

잣나무 씨앗인 잣은 우리나라 전통 음료인 수정과나 식혜에 띄워 먹기도 하고, 떡에 고명으로 올리기도 해요. 잣은 잣방울에서 채취할 수 있는데요. 두꺼운 비늘 모양 껍질이 잣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죠.

이 껍질 안쪽 구석구석에 단단하고 어두운 갈색의 씨껍질이 하나씩 박혀 있어요. 우리가 먹는 뽀얗고 노란 잣은 이 껍질을 제거한 내용물이에요. 씨인 잣의 길이는 12~18㎜ 정도인데요. 잣방울 하나에 많게는 잣이 100여 개 있기도 해요.

잣나무는 높이 20~30m 정도로 곧고 크게 자라요. 사방으로 빙 둘러 난 가지에 잎과 잣방울을 맺기 때문에 나무 위에 사람이 올라가 따야 합니다. 긴 막대기로 잣나무를 털어서 잣방울을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에 품이 많이 들죠. 특히 우리나라 잣나무는 나무가 높게 자라면서 잣방울이 꼭대기에만 달리는 특성 때문에 유독 따기 힘들다고 해요.

왜 잣은 이렇게 높은 곳에 씨앗이 있는 껍질을 맺을까요? 씨앗을 더 멀리 퍼트리기 위해서죠. 이동 거리가 멀지 않은 작은 설치류보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잣까마귀나 청설모가 먹을 수 있도록 높은 곳에 씨앗을 맺는 거죠. 딱딱한 껍질로 둘러싸인 이유도 설치류보다 멀리 이동할 수 있는 큰 동물이 까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에요.

솔방울은 건조해지면 껍질이 벌어져 안에 들어있는 씨앗이 바람을 타고 흩어지지만, 잣방울은 성숙하더라도 껍질이 완전히 벌어지지 않아 잣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답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와 외래 침입종인 소나무허리노린재 때문에 잣 수확량이 크게 줄었어요. 이 곤충은 어린 잣방울과 솔방울의 즙을 빨아 먹어 씨앗을 시들게 하고,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해요. 그래서 잣의 상품 가치가 떨어져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김한규 위스콘신대 산림·야생 생태학 박사 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