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틀딱' '급식충'… 무심코 쓴 차별의 말… 부메랑 돼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어요

입력 : 2022.02.14 03:30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재밌다, 이 책!] '틀딱' '급식충'… 무심코 쓴 차별의 말… 부메랑 돼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어요
김청연 지음 l 출판사 동녘 l 가격 1만3000원

"나는 벙어리장갑을 좋아해."

이 문장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표현이 있을까요? '벙어리장갑'은 엄지손가락만 가르고 나머지 네 손가락을 함께 낄 수 있도록 만든 장갑이에요. 우리가 오래도록 사용해 왔고 표준어로도 등록된 말입니다. 하지만 '벙어리'는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에요. 무심코 사용한 단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거예요.

"흑형들이 대체로 음악적 감각이 뛰어나더라." 이 말은 어떤가요? 흑인을 '흑형'이나 '흑누나'라고 부르는 경우를 종종 보았을 겁니다. 이 말을 쓴 사람은 흑인을 친근하게 부른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말하는 이의 의도가 아니라 듣는 이의 감정입니다. 음악을 잘한다는 칭찬을 담은 표현이지만 이 말을 들은 흑인의 기분이 나빠지면 좋은 표현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황형'이나 '백형'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을 보면, '흑형'이라는 말에 담긴 인종차별적 시선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작가는 교육 매체의 기자로 일하며 만난 사람들에게 들은 말이나 영화 등에서 접한 말 중 잊히지 않는 표현들을 메모해 왔다고 해요. 뜻이 궁금하거나, 어색하거나, 고쳐 써야 할 것 같은 말들이었습니다.

메모가 쌓인 후 표현들을 정리해 봤더니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악의 없이 사용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들이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다양한 표현을 나이·장애·경제 조건·지역·학력·성별로 구분했습니다. 미묘한 차별의 언어를 분야별로 흥미롭게 탐구할 수 있도록 썼지요.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차별의 언어는 결국 부메랑이 돼 나에게 돌아오겠구나.'

노인을 비하하는 '틀딱'은 나의 할아버지를 향하고, 급식 먹는 학생을 낮추는 '급식충'은 나를 향하고, 지방 소재 대학을 지칭하는 '지잡대'는 나의 언니나 형이 다니는 학교를 향한 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단어들은 결국 서로를 향한 칼날이 되겠지요.

잠들기 전 오늘 내가 사용한 언어 표현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어떨까요. '언어 감수성'을 키우는 연습이 될 거예요. 예민한 언어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서로의 마음을 더 헤아리게 되고, 사회는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서현숙 '소년을 읽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