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사회관계 형성에 필요한 '동의' 기술… 사춘기 때부터 훈련해 익혀야 돼요

입력 : 2022.02.10 03:30

동의가 서툰 너에게

[재밌다, 이 책!] 사회관계 형성에 필요한 '동의' 기술… 사춘기 때부터 훈련해 익혀야 돼요
유미 스타인스, 멜리사 캉 지음 l 이정희 옮김 l 출판사 다산어린이 l 가격 1만4000원

이 책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꼭 알아둬야 할 '동의'에 대해 이야기해요. 동의란 무엇일까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 마음이 잘 맞으면 '동감'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요. 동감은 다른 사람의 견해나 의견에 같은 생각을 가진다는 뜻이에요. '동의' 역시 다른 사람과 의견을 같이한다는 의미이고요.

하지만 동의라는 용어에는 '다른 사람의 행위를 승인하거나 시인한다'는 뜻도 포함돼 있어요. 내용이나 뜻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인다는 면에서 더 명시적인 단어라는 거예요. 따라서 기분이나 느낌을 표현할 때 사용하기 좋은 단어가 '동감'이라면, '동의'는 나의 의사나 결정에 대해 명백하게 표현할 때 사용하기 좋은 단어예요. 이렇게 명확히 구별을 지으면 "동감이긴 하지만 동의는 하지 않을 거야" 같은 문장도 쓸 수 있죠.

이 책을 읽을 땐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어요. 책을 읽는 동안 동의라는 단어에 집중하면, 저자의 의도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거든요. 청소년들은 또래들과 어울리며 동감의 개념을 비교적 쉽게 이해하고 관계에 잘 활용합니다. 하지만 동의라는 개념으로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것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지요.

사춘기 때 동의를 주고받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가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어요. 심지어 성인이 돼서도 주관을 갖고 결정하지 못해 문제가 되기도 하고요. 동의란 먼저 상대방에게 물어서 의사를 확인하고, 그 이후에 행동하는 지극히 간단한 절차예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죠. 서로 존중하는 건강한 사회적 관계는 동의의 과정이 있어야만 가능하니까요.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섬세하고 명쾌합니다. 가령 '싫다'는 단어를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거절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해요. "미안한데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야" "네가 정말 좋지만, 지금은 너무 피곤해"…. 행동만으로도 싫다는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알려줍니다.'몸을 뒤로 빼고 팔짱을 낀다''화제를 바꾸거나 아예 대답하지 않는다' 같은 식이죠.

만약 사귀는 상대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면, 그것은 분명한 거절의 의사라는 거예요.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기 위해서 '질문하기' '듣기' '관찰하기' 3가지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고 알려줍니다. 상대가 보내는 거절 신호를 놓쳐선 안 되니까 말이에요. 이 밖에도 미숙함이나 사춘기 때의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잘못된 동의의 표현 등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며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안내합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