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고대 로마 때도 건축… 한국 최초는 1932년 충정로에 세워졌죠

입력 : 2022.02.08 03:30

아파트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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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 아파트값 소식이 자주 들려요. 아파트의 사전적 정의는 5층 이상의 건물을 층마다 여러 구역으로 나눠 각각의 독립된 가구가 거주할 수 있도록 만든 주거 공간인데요.

아파트는 고대 로마 시대에도 존재했답니다. '인술라(insula·사진)'라고 불리는 다세대 주택인데요. 기원전 2세기 중엽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에 승리한 로마는 서지중해 패권을 장악하고 급속도로 발전했어요. 거주 인구가 늘며 인술라를 짓게 된 거죠.

인술라의 하층부는 벽돌로, 상층부는 진흙이나 목재로 지어졌어요. 당시에는 무거운 벽돌의 하중을 버틸 수 있도록 하는 건축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1층에는 주로 상점가가 있었고, 2층에는 높은 집세를 감당할 수 있는 전문직 종사자가 살았어요. 고층일수록 화재 등의 재난에 취약해 집값이 저렴했대요. 취사와 식사는 공동 화덕과 공용 식당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19세기 미국에서는 늘어나는 이민자를 감당하기 위해 아파트를 대거 지었습니다. 이런 서민용 아파트를 '테너먼트(Tenement)'라고 해요. 1865년에는 뉴욕 인구 중 50여 만명이 이곳에 살았는데, 주로 빈민층이 거주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 서울 회현동에 세워진 3층 높이의 미쿠니아파트가 있습니다. 한국 주재 일본인을 위한 관사로 이용됐죠. 5층 이상의 주거용 건축이 아니기 때문에 최초의 아파트로 인정받고 있지는 않아요.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로 인정받는 곳은 1932년 충정로에 세워진 충정아파트로, 아직도 그 자리에 있어요. 6·25전쟁 중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했을 땐 인민재판소 건물로, 국군과 유엔(UN)군이 서울을 수복했을 땐 UN군 숙소로 이용됐죠.

1945년 해방 이후 한국 기술로 세운 최초의 아파트는 서울 성북구에 있던 종암아파트입니다. 1957년 낙성식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죠. 당시 주로 건물 바깥에 재래식 공동 화장실을 뒀는데, 이곳은 집마다 수세식 화장실을 뒀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