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외국인 노동자, 탈북민, 다문화 가정… '외부인' 아닌 다같은 사회 구성원이죠
후아유
이향규 지음 l 출판사 창비교육 l 가격 1만3500원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면서, 작가가 만난 사람들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북한 교육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향규 작가는 대학에서 일하며 사랑에 빠집니다. 상대는 영국인이었어요. 두 사람은 영국에서 펼쳐질 삶을 기대하며 결혼 후 영국으로 이주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곳에 뿌리내리지 못해요. 딸 둘을 낳고 키우면서도 영국인 삶에 스며들지 못하고 겉돌면서 마음에 병이 듭니다. 결국 영국 생활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요.
모국으로 오긴 했지만 한국에서도 작가의 가족은 '다문화 가족'으로 불립니다. 사실 이 용어는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자는 이유로 붙여졌지만, 작가가 느낀 현실은 달랐어요. 작가의 자녀들은 친구들에게 '다문화'라며 놀림을 받기도 하고, 원하지 않는 지원을 무조건 받아야 할 때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작가는 다문화라는 용어가 사람 사이 경계를 만들고, 누군가를 배제하는 용어일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해요.
작가는 한국에서 결혼 이주 여성과 다문화 청소년, 탈북 청소년을 돕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일합니다. 이 책은, 작가가 이런 활동을 하며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영국에서 결혼 이주 여성으로 살았고, 한국에서 다문화 가족으로 살아온 작가는 이들을 타인의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이를 통한 고민과 성찰이 곳곳에 배어있어요. 이 책이 특별한 이유입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인데요. 외국인 노동자가 하루는 지역 도서관에 갑니다. 사서는 그가 읽는 책에 관심을 가지고 그가 신청한 책을 구해 주려고 노력해요. 그러자 외국인 노동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곳에 오니까 존중받는군요." 무슨 의미일까요. 한국에서 자신은 거의 외국인 노동자라는 구별된 시선 속에 존재했는데, 도서관에 오니 평범한 주민이자 도서관 이용자 중 한 사람으로 대접받는다는 뜻이겠지요. 이 외국인 노동자는 도서관에서 '당신의 직업이나 국적은 무엇인가'보다 '당신은 누구인가(who are you)', 한 인간으로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험을 했던 겁니다.
작가는 한국에 이주해 온 사람들을 기능이나 역할로 바라보기 전에 '존재'로 봐야 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자신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의 삶을 몸에 쌓은, 이성과 감정을 지닌 존재라는 점을 잊지 말자는 당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