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서울 식당, 평양 옥류관 요리사 결혼해 남북 음식 만들면서 진정한 식구 되죠

입력 : 2022.02.03 03:30
[재밌다, 이 책!] 서울 식당, 평양 옥류관 요리사 결혼해 남북 음식 만들면서 진정한 식구 되죠

리루다네 통일밥상

박경희 지음 l 출판사 한솔수북 l 가격 1만2000원

"느끼하기만 하고, 입맛에 맞지 않습네다."

이 책을 쓴 박경희 작가는 어느 날 한 탈북 학생에게 피자를 사줍니다. 저자는 오랫동안 탈북 학교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가르쳤어요. 그런데 피자를 처음 먹어본 학생은 맛이 없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어요. 저자는 이를 계기로 남북의 입맛이 많이 달라졌음을 깨닫죠. 이 책은 이 일을 계기로 쓴 청소년 장편소설입니다.

주인공 리루다가 사는 곳은 서울의 옛 성곽에 붙은 '환상촌'이라는 가상 동네예요. 루다네 가족은 특별해요. 루다와 루다의 엄마, 그리고 외할머니는 탈북자이고요. 루다의 동생 대성과 아빠는 남한 출신이기 때문이에요. 루다의 본명은 리국희예요. 평양에서 살 땐 고위 당원의 딸로서 생활에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런데 국희가 일곱 살 되던 해 러시아로 출장 간 아빠가 돌아가시고 말아요. 얼마 후 엄마도 갑자기 사라져버렸죠. 외할머니에게 맡겨진 국희는 세상이 싫고 모두가 원망스러워요. 그러던 어느 날 남한에 정착한 엄마가 국희를 데려오기 위해 사람을 보내요. 몇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지만 결국 국희는 엄마 곁에 무사히 도착했어요. 남한에 오면서 이름도 '루다'로 바꿉니다.

엄마와 아빠의 재혼으로 한 가족이 되긴 했지만, 아직 서로에게 완벽하게 적응하진 못해요. 가령 동생 대성이는 항상 기름진 음식만 먹으려 하는데, 루다는 밍밍하고 담백한 평양 음식 맛을 그리워하네요. 지극히 사소한 다름이지만, 이 오누이는 함께하는 밥상에서조차 같은 느낌으로 기억을 만들고 추억을 나눌 수가 없는 거예요. '식구(食口)'라는 단어를 한자로 풀면,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뜻해요. 그러니까 리루다네는 가족까지는 되었지만, 아직 식구까지 되진 못한 거죠.

루다의 아빠는 서울의 유명 중식당에서, 엄마는 평양 옥류관에서 요리사로 일했어요. 두 사람은 함께 식당을 차립니다. '서울옥류관'이라는 이름이었어요. 남북한 최고 요리사 부부라는 자부심으로 맛집을 꿈꾸며 개업했지요. 하지만 생각만큼 장사가 잘되진 않네요. 그동안 남한 사람들 입맛에 맞추느라 제맛을 잃어가던 엄마의 요리에 문제가 있었어요. 외할머니는 엄마가 요리의 정체성을 찾게 도와줍니다. 그렇게 '서울옥류관'은 '환상촌통일밥상'이라는 소박한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아요. 이 책은 리루다네가 식당을 꾸려가며 '식구'가 되어가고,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줘요. 루다네 가족의 모습 속에 통일이라는 자물쇠를 풀 열쇠가 들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