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설날 원했던 세뱃돈은 못 받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건 됨됨이' 교훈 얻었죠

입력 : 2022.01.27 03:30

따뜻한 정이 오가는 우리 명절 이야기

[재밌다, 이 책!] 설날 원했던 세뱃돈은 못 받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건 됨됨이' 교훈 얻었죠
이상권 지음 l 출판사 다산주니어 l 가격 8800원

"안 그래도 너희 줄 새해 선물을 준비해 두었는데… 미숙아, 그거 가져와라."

대학생 누나가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주인공 삼총사에게 건네줬어요. 책이었죠. 삼총사는 선물을 받고 시무룩해졌어요. 이들은 이장님 댁을 나오며 "차라리 동화책 살 돈을 그냥 우리한테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해요. 이번 설날 세뱃돈을 모아 함께 기차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거든요. 그래서 아침부터 온 동네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하고 있는데, 계획이 자꾸 어긋나고 있네요.

이 책은 명절날 아이들이 겪게 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창작 동화예요. 인성(人性), 즉 '사람의 됨됨이'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교훈을 주려고 강요하지 않죠.

다음 집은 박사 할아버지네예요. 박사 할아버지는 세뱃돈은커녕 선물을 주실 생각도 없네요. 대신 명절 이야기를 들려주시겠다네요. 음력 1월 1일 하루 전날을 '섣달그믐'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였어요. 닭을 잡고 음식을 만들며 무척 분주했던, 그 옛날 섣달그믐날의 풍경이 어땠는지 들려주시네요. 설날을 중국에선 '춘절', 베트남은 '뗏'이라 부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자 삼총사 중 하나가 얼른 이렇게 물어요. "중국에서도 세뱃돈을 주고받나요?" 이렇게 힌트를 드렸는데도 계속 명절 이야기만 하시네요.

겨우 빠져나온 삼총사는 마을을 한 바퀴를 다 돌았지만, 목표로 했던 금액의 절반도 받지 못했어요. "기차 여행 가긴 틀렸네. 그래도 세배를 하길 잘한 것 같아. 어른들이 저렇게 좋아하시다니." 삼총사의 설날 세배 작전은 대실패였지만 예상치 못했던 소득이 있었어요. 세뱃돈 대신 뿌듯한 마음이 남았거든요.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어요. 갑자기 박사 할아버지가 삼총사를 부르시네요. 서울에 있는 놀이공원에 데려가시겠다는 거예요. 삼총사는 순간 말을 잊고 멍해집니다. 시골에 사는 삼총사는 아직 한 번도 놀이공원에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이들이 이렇게 큰 선물을 받은 것은 아마도 박사 할아버지의 긴 명절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 드렸기 때문일 거예요. 예의를 위해 시간을 견딜 줄 알고, 어른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진 아이들이야말로 어른들 눈에는 가장 기특하고 예뻐 보이니까요. 이 책은 한 해의 시작을 축하하는 설날 외에도 달이 가장 밝은 정월 대보름, 농사일을 놓고 맘껏 쉬는 백중날, 가장 풍요로운 추석, 그리고 밤이 가장 긴 날인 동지까지 5개의 명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흥미로운 소재와 재미있는 상황 설정을 통해 어린 독자들의 마음속에 인성의 중요함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한 것이 특징이에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