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코알라와 곰 반반씩 닮은 굴파기 선수… 대변이 정육면체 모양이죠

입력 : 2022.01.26 03:30

웜뱃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체코 프라하 동물원에서 얼마 전 새로 맞은 동물 식구가 인기 만점이래요. 코알라와 곰을 반반씩 닮은 듯한 생김새로 땅바닥을 뒤뚱뒤뚱 걷는 앙증맞은 모습이라는데요. 이 동물의 이름은 '웜뱃'<사진>이랍니다.

웜뱃은 캥거루나 코알라처럼 호주에 살고 있는 유대류예요. 유대류는 암컷이 아기주머니를 가지고 있어 어린 새끼를 주머니 안에서 키운다는 특징이 있어요. 웜뱃은 코알라와 비슷하게 아기주머니의 입구가 몸의 뒤쪽으로 나 있어요. 반면 캥거루의 아기주머니는 어미가 내려다볼 수 있게끔 입구가 위쪽으로 나 있죠. 이렇게 아기주머니가 뒤를 향해 나있으면 어미가 굴을 팔 때 흙이 새끼에게 묻지 않게 해준답니다.

웜뱃의 몸길이는 최대 1m로 코알라보다는 조금 큰 편이죠. 코알라가 나무에서 사는 것과 달리 웜뱃은 주로 땅굴을 파고 살아요. 몸의 생김새도 땅굴 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최적화돼 있어요. 웜뱃은 굴파기 선수랍니다. 웜뱃의 굴은 보통 입구가 하나고, 길이 여러 갈래로 나 있어요. 아주 길게 판 굴은 다 합친 길이가 1㎞를 훌쩍 넘기도 해요.

땅딸막한 몸집 때문에 느림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시속 40㎞까지도 달릴 수 있대요. 순해 보이지만 위협을 받으면 아주 사나워지고요. 웜뱃이 새끼를 낳아 키우는 방법은 캥거루나 코알라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완전히 자라나지 않아 말랑말랑하고 꼬물꼬물하는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아기주머니 속으로 들어가서 어미 젖꼭지를 물죠. 아기주머니에서 열 달 가까이 살면서 어미와 비슷한 모습으로 자라나는데, 생후 여섯 달까지는 바깥으로 고개도 내밀지 않는대요.

웜뱃은 주로 풀의 뿌리와 줄기·버섯 등을 먹는 초식동물인데, 대변 모양이 아주 독특한 걸로도 유명해요. 정육면체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거든요. 전 세계의 어떤 동물도 이렇게 생긴 변을 보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웜뱃의 '정육면체 대변'은 오랫동안 수수께끼였어요.

그런데 이 수수께끼가 얼마 전에 풀렸대요. 호주의 한 대학교 연구진이 차에 치여 죽은 웜뱃을 해부해서 소화기관을 분석해봤더니 몸길이의 열배에 달하는 아주 기다란 장을 갖고 있었다는 거예요. 먹은 음식이 이 장을 통과하려면 소화 시간이 사람의 네 배나 걸린대요. 그 과정에서 수분과 영양분을 아주 촘촘하게 빨아들이면서, 바싹 말라있고 정육면체 형태를 한 특유의 변이 만들어지는 거래요. 웜뱃은 하룻밤에 정육면체 모양의 대변을 100덩이 가까이 본대요. 그리고 변을 겹겹이 쌓아서 자신의 세력권이라는 걸 다른 웜뱃들에게 알린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