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33년만에 표지 남색으로 변경… 녹색은 주로 이슬람 국가에서 쓴대요

입력 : 2022.01.25 03:30

우리나라 여권

/외교부·위키피디아
/외교부·위키피디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우리나라의 '차세대 전자 여권'이 지난해 12월 21일부터 바뀐 디자인으로 발급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33년간 같은 디자인의 여권을 썼어요. 따라서 이번 디자인 변경은 우리나라 여권 역사에 한 획을 긋는다고 할 수 있답니다.

기존 여권 표지<왼쪽 사진>는 녹색 바탕이었어요. 표지 중앙에는 '대한민국' 국호가 적혀 있고, 그 아래로 태극 문양에 무궁화꽃잎 5개를 붙여 만든 국가 상징이 커다랗게 배치됐어요. 반면 바뀐 여권<오른쪽 사진>은 표지색이 남색이에요. 국호와 국가 상징은 오른쪽 상단에 작은 크기로 들어가고요. 표지 왼쪽에는 태극 문양 패턴을 음각으로 오돌토돌하게 새겼어요.

비자를 붙이거나 도장을 찍는 용도로 사용되던 '사증란'도 변했어요. 기존에는 남대문과 불국사 다보탑 2가지 이미지가 모든 페이지에 반복돼 사용됐는데요. 새로운 여권에는 선사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한민족 문화유산이 섬세하게 표현됐죠. 화순 대곡리 청동기, 신라 부부총 금귀걸이, 백제 산수무늬 벽돌 등이 새롭게 그려졌어요. 풍속도로 유명한 조선 시대 화가 김홍도(1745~1806 추정)의 '춤추는 아이'도 추가됐답니다.

기능적인 측면도 바뀌었어요. 이름·여권번호 등 개인 정보가 적혀 있는 면은 기능성 플라스틱의 일종(폴리카보네이트)으로 만들어 내구성을 강화했고요. 얼굴 이미지와 문구는 레이저로 새겼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여권 표지 색은 크게 붉은색·푸른색·녹색·검은색 계열로 나뉘어요. 이 중 녹색은 주로 이슬람 국가가 사용하는데요. 이슬람교의 선지자 무함마드가 녹색 터번을 즐겨 썼다는 전설 때문이에요. 녹색을 신성하게 여기는 거죠. 이런 이유로 녹색인 기존 우리나라 여권 색을 바꿔달라는 청원이 꾸준히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이번에 도입한 푸른색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색이에요. 미국·캐나다·호주·카리브해 국가들·중남미 등도 사용하고 있죠. 북한의 여권도 푸른색 계통이랍니다.

세계의 여권 디자인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녹아 있어요. 지난해 1월 새롭게 바뀐 대만 여권은 이전까지 중화민국이라는 국호(Republic of China)를 표지에 선명하게 표기했지만, 바꾼 여권에서는 국가를 상징하는 엠블럼(그림이나 문양)에 글자를 감춰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어요. 대신 대만 현지 발음인 '타이완'영문은 표지 중앙에 크게 표기했지요.
전종현 디자인 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