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美 건축가가 우리 온돌 방식에서 착안… 온돌은 기원전 4세기 만주서 시작됐죠

입력 : 2022.01.25 03:30

보일러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겨울은 보일러가 쉴 틈 없이 돌아가는 계절인데요. 가정집 보일러는 데운 물을 바닥에 깔린 온수관으로 흐르도록 만드는 방식이에요. 우리나라에 보일러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답니다.

과거에는 주로 화로를 이용해 공기를 덥혔어요. 그런데 추운 만주 지역에 세워진 부여에서는 기원전 4세기 색다른 난방 방식이 최초로 시작됐어요. 아궁이<사진>에서 굴뚝까지 고랑을 파고 불을 지폈을 때 생기는 따듯한 연기가 이곳을 지나 나가도록 한 거예요. 그 위에는 얇고 넓은 돌인 구들장을 설치했죠. 이 구들장이 바로 '온돌'입니다. 그래서 과거 만주 일대에서는 구들장 문화가 발달했고, 고구려로 이어졌죠. 중국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에도 고구려인은 바닥 아래에 'ㄱ' 자 모양의 구들을 설치해 방을 덥힌다는 기록이 남아있어요. 삼국 통일 이후 신라에도 온돌이 전파됐어요. 그러면서 우리나라 특유의 전통 난방 방식으로 정착했죠. 신라 중대 효공왕 때 축조된 칠불사 벽안당의 '아자방(亞字房)'은 한번 아궁이에 불을 때면 무려 49일 동안이나 열기가 식지 않는 구조로 설계됐다고 해요.

하지만 온돌이 일반 백성 사이에서 널리 쓰인 것은 한참 후인 조선 후기부터였어요. 조선 전기까지는 궁궐에서도 온돌보다 난로로 난방을 했다고 해요. 왕이 자는 침상 밑에 화로를 넣어 침상 바닥을 데우는 형태였대요. 개항기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다양한 '온돌 체험' 기록도 존재합니다. 스웨덴 기자인 아손 그렙스트는 '조선인들은 빵처럼 구워지는 것을 좋아한다'는 재미있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죠.

현대식 보일러 난방은 일제강점기 때 미국인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가 우리의 온돌 건축 방식을 보고 생각해냈다고 합니다. 일본을 방문한 프랭크는 오쿠라 호텔의 조선관에 묵었습니다. 이 조선관은 1915년 경복궁 자선당을 해체해서 그 자재를 그대로 일본으로 가져가 재건축한 건물이었어요. 그래서 온돌 구조를 갖추고 있었죠. 프랭크는 온돌을 보고 온수관이 바닥을 지나다니는 방식을 생각했어요. 온수 난방 보일러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1960년대입니다. 당시에는 대부분 연탄을 아궁이에 넣어 불을 피우고 따듯한 연기로 온돌을 데우는 방식을 사용했어요. 1961년 지어진 마포아파트에는 연탄을 이용해 물을 데우고, 물이 온수관을 지나다니도록 한 형태의 '연탄 보일러' 설비가 최초로 도입됐어요. 1980년대에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보일러를 사용하게 됐죠. 연료도 기존 연탄에서 석유·가스 등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전기를 이용한 난방 방식도 점차 확산하고 있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