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어둠 속 그림으로 두려움 달래던 소년… 꿈속서 느낀 할머니 사랑에 치유받았죠

입력 : 2022.01.24 03:30
[재밌다, 이 책!] 어둠 속 그림으로 두려움 달래던 소년… 꿈속서 느낀 할머니 사랑에 치유받았죠

소년의 마음

소복이 지음 l 출판사 사계절 l 가격 1만3000원

이 책은 만화책과 그림책의 특징을 동시에 갖고 있어요. 소복이 작가가 남동생의 유년 시절을 생각하며 그린 작품이라고 해요. 마음에 그리운 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눈물을 주르르 흘리게 되는 책입니다. 손으로 쓴 글씨는 정감 있고, 색연필로 칠한 그림은 담백하고도 사랑스럽답니다.

소년의 집은 방이 두 개입니다. 방 하나는 누나 둘이 쓰고 나머지 하나는 엄마와 아빠가 써요. 소년의 방은 휑뎅그렁한 거실입니다. 소년은 거실에 혼자 있을 때가 많아요. 누나 둘은 인형놀이에 소년을 잘 끼어주지 않고, 엄마와 아빠는 거실에서 전화기를 집어던지며 싸웁니다. 소년은 누나들이 놀아주지 않아서 외롭고, 엄마와 아빠가 수시로 싸워서 무섭습니다. 외롭고 무서울 때마다 소년은 그림을 그려요. 소를 많이 그려서, 자신이 그린 소들과 상상 속에서 즐겁게 놉니다.

소년은 어두운 밤을 무서워해요. 깜깜한 거실에 누워 상상 속 새를 잔뜩 그려 봐도 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자 소년은 물고기를 그립니다. 물고기를 많이 그렸더니 거실이 바닷물로 차올랐어요. 소년은 작은 책상을 배 삼아 타고 창문 밖으로 나갑니다. 창문 밖은 바다가 되어 있었어요. 소년은 바다 한복판에서 그리웠던 사람,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를 만납니다.

할머니가 튜브를 허리에 끼고 바다를 헤엄쳐와 소년을 꼭 안아줍니다. 소년은 비로소 편안한 얼굴이 돼요. 할머니는 헤어지기 싫어 엉엉 우는 손자에게 이렇게 말하고 떠납니다. "나는 네 눈썹 사이에 있어. 내가 제일 귀여워했던 콧구멍 속에 있고, 매일매일 쓰다듬던 네 머리카락에 있고, 간질간질 간질이던 겨드랑이 사이에 있어."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누나 방에 들어가 누나들 옆에 가만히 누워 봅니다. 엄마 방에 들어가 잠든 엄마 얼굴에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 줍니다. 그동안 소년은 거실에서 가족들의 방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는데, 스스로 방문을 열고 가족 곁으로 다가간 것이지요. 소년은 무서움을 잊으려고 그렸던 새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잘 가" 의연하게 작별 인사를 합니다. 소년이 달라졌지요. 외로움, 두려움에서 벗어난 거예요.

소년의 변화는 할머니의 사랑 덕분이겠지요. 할머니가 따뜻하게 안아주었고, "네가 매일매일 나를 생각하면 나는 매일매일 네 옆에 있어"라는 말로 소년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었으니까요. 누구나 외로움과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에요. 이를 벗어나는 방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에요. 옆 사람을 체온으로 안아주고, 마음은 늘 곁에 있다고 토닥토닥해주는 것이 치유의 비법이었던 거예요.

서현숙 '소년을 읽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