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비키니 의상은 고대 그리스 때 등장… 19세기엔 무거워 익사도 했대요

입력 : 2022.01.18 03:30

수영복

제주도 해녀가 근대화 이전 입었던 ‘물소중이’. /국립해양박물관
제주도 해녀가 근대화 이전 입었던 ‘물소중이’. /국립해양박물관
코로나로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호캉스'(호텔+바캉스)를 많이 즐기면서 겨울철인데도 수영복 매출이 늘고 있다고 해요. 수영복에는 어떤 역사가 있을까요?

19세기 이전까지 동양과 서양에는 수영복이 사실상 없었어요. 속옷을 입거나, 나체로 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중세 서양의 기독교 교리는 야외 수영을 금지했어요. 수영복을 입을 일이 없었던 거죠.

다만 이보다 훨씬 전인 고대 그리스에는 수영복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이 있어요. 유물에 그려진 그림에 현재의 비키니와 비슷한 옷을 입은 여성 모습이 나타난 것이죠. 하지만 이 옷이 정확히 어떤 용도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답니다.

18세기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수영복 수요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철도가 깔리며 해안으로 이동하기 쉬워진 거예요. 서양에서 남성들의 야외 수영도 허용되고, 19세기부터는 여성도 밖에서 수영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시기 수영복은 일상복과 유사했어요. 여성의 수영복은 원피스 형태였는데, 그 안에 대체로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펑퍼짐한 바지를 입었죠. 수영복 안에 몸을 조이는 코르셋을 입기도 했어요. 남성은 상체가 드러나지 않는 상·하의 일체형 수영복을 입었대요.

현재와 유사한 형태의 수영복은 20세기 초반 등장해요. 1910~1920년대에는 길이가 짧은 상의나 무릎 위로 올라오는 하의, 몸에 붙는 형태의 디자인도 나왔죠. 이는 수영복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였죠. 기존 수영복이 대체로 두꺼운 원단이어서 물에 들어가면 무거워지면서 익사 사고도 벌어졌거든요.

20세기 초반 미국의 일부 해변에는 허용 길이보다 짧은 수영복을 단속하는 '수영복 경찰'이 있었어요. 1907년 호주의 수영 선수이자 배우였던 아넷 켈러먼(1887~1975)이 보스턴에서 팔다리 전체를 드러내는 수영복을 입었다가 외설죄로 체포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1946년 비키니가 등장합니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중 핵폭탄 실험을 했던 산호섬 이름에서 따온 이름인데요, 이 수영복을 만든 프랑스의 루이 레아르(1897~1984)가 그만큼 충격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붙였다고 해요. 교황청은 비키니를 '부도덕한 옷'이라고 비판하기도 했고, 비키니를 금지한 나라도 있었어요. 하지만 금세 대중화됐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알몸이나 속옷만 입고 수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제주도 해녀들은 알몸으로 해산물을 채취하기도 했어요. 고려사나 조선왕조실록 등에는 해녀가 나체로 조업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명령이 기록돼 있어요. 근대화 이후 고무 작업복이 들어오기 전까지 해녀들은 원피스 바지 형태의 '물소중이'라는 수영복을 만들어 입었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