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슬픈 기억 속 혼자 괴로워하던 소녀… 그 아픔 알아준 소년 만나 우정 나눠요
입력 : 2022.01.17 03:30
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
"나를 알아봐 줘서 고마워."
소설 주인공 새봄이가 친구 지석이에게 한 말입니다. '알아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가 누구와도 같지 않은, 고유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뜻이겠죠? 무수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내 눈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그가 속상할 때면 내 마음에도 그늘이 드리워지죠. 이 시간이 서로를 알아보는 '마음의 시작점'일 거예요. 짐작이 가죠? 이 책은 사랑 이야기입니다.
새봄이의 엄마는 4년 전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공교롭게 엄마의 장례식 날, 세월호 참사 사건이 일어나요. 엄마의 죽음과 또래 아이들 비극에 연달아 충격을 받은 새봄이는 이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면서 4년 동안 병원과 집만 오가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열여덟 살이 돼 학교에 돌아왔어요.
마음이 힘들 때면 새봄이는 운동장에 나가 혼자 뛰어요. 신발은 먼지로 뒤덮이고 얼굴은 땀으로 뒤범벅돼 교실에 들어오곤 하지요. 지석이는 새봄이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느 날 지석이는 새봄이와 함께 운동장을 뛰어요.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기 시작한' 순간이죠.
어느 날 새봄이는 "삶이 갑자기 죽음으로 급선회할 때"라는 문장에 이끌려 소설책 '모비 딕'을 읽게 됩니다. 정작 책에서 만난 건 죽음이 아니라 삶이었어요. 새봄이는 그 책에서 어떻게든 자기답게 살아내려는 사람들 이야기를 읽어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지석이에게 선물해요. "이 책 다 읽으면 연락해. 그날부터 이사 가기 전까지 날마다 만나자." 새봄이는 제주도로 이사를 가게 됐거든요.
지석이가 '모비 딕'을 다 읽고, 둘은 엿새 동안 매일 만납니다. 새봄이는 힘겨웠던 4년 이야기를 지석이에게 모두 털어놓습니다. 하루는 둘이 고인돌을 찾아갑니다. 고인돌은 그 자리에 천 년 이상 있었으니 온갖 오래된 기억을 가지고 있겠죠? 새봄이는 고인돌에 손바닥을 대고 엄마의 죽음과 관련된 기억 모두를 묻습니다. 새봄이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기억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았어요. 비로소 지금, 현재를 살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됐어요.
세상의 어떤 작별도 아름다울 수 없고 기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석이와 새봄이는 함께 보냈던 시간을 기억할 수 있어서 괜찮다고 해요. 둘은 헤어지면서 서로를 향해 기원합니다. 새봄이는 '우주에서 정지석 별이 반짝이기를', 지석이는 '이새봄 별이 늘 반짝이기를' 바랍니다. 헤어진 두 별이 가까운 곳에 있기는 이제 힘들겠지요. 하지만 멀리서라도 두 별이 서로를 바라보며 지켜주기를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