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곤충이 사람보다 더 커질 수 있나요" 기발한 질문도 친절하게 설명해줘요
입력 : 2022.01.13 03:30
과학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좋은 책과 좋은 박물관, 그리고 매력적인 사람에겐 한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사람을 궁금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질문에 곧바로 답을 해주기보다 또 다른 질문을 하게 만들죠.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요? 아마 또 다른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일 거예요.
과학관이나 박물관도 이와 같아요. 평소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을 것이란 기대를 안고 들어가지만, 그곳에 다녀오면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궁금증이 생겨날 거예요.
이 책의 저자는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 중 한 명일 거예요. 국립과천과학관의 관장이거든요. 이정모 관장은 평소에 과학관을 방문한 어린 친구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는다고 해요. 그중엔 반복되는 질문도 있고, 너무 엉뚱하고 기발해서 폭소가 터지는 질문도 있다네요. 이 책은 어린 관람객들이 던진 71개의 질문과 이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 담겨 있어요.
'어른들도 침대에서 떨어지나요?' '나이 들면 왜 똥배가 나오나요?' 이런 천진난만한 질문에는 절로 웃음이 터지네요.
늘 궁금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던 흥미로운 질문도 등장해요. 곤충이 사람보다 더 커질 수 있느냐, 큰곰자리가 곰처럼 안 보인다…. '행복하다고 마음을 먹으면 진짜 행복해지느냐' '죽으면 어디로 가느냐' 같은 심오한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도 있었네요.
이런 질문에 대해 저자는 뭐라고 답을 했을까요? 과학자인 저자는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 정성스럽게 답을 해줍니다. 가령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한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해요. "처음 음악을 틀었을 땐 음악이 잘 들리지만, 어느덧 백색소음이 돼 의식하지 못하는 것과 같아요. 사랑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면 어느 순간 대뇌에서 더 이상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거든요. 사랑 호르몬의 유효기간은 18개월에서 36개월에 불과합니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뇌 영상을 찍어 확인합니다."
적절한 비유를 통해 이해를 돕기도 해요. 예컨대 '공룡 이름이 왜 다 이상한가'에 대한 어린아이의 질문에는 이렇게 답하죠. "제가 네 가지 생물의 이름을 불러볼게요. '오리자사티바' '몰라몰라' '판테라티그리스' '아피스멜리페라'. 각각 과학자들이 벼·개복치·호랑이·꿀벌을 부르는 학명입니다. 공룡 이름이 특이하게 보이는 까닭은 인간과 함께 살지 않기 때문이에요. 보통 사람이 부르는 일반명이 없고 과학자들이 부르는 학명이 통용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아하! 그렇구나!'보다 '그래? 그렇다면 이건 왜 그래?' 같은 식으로 계속 질문을 만들어 보라고 권하는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