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솜씨 좋은 물고기 사냥꾼… 한 입에 100마리 넘게 물 수 있죠

입력 : 2022.01.12 03:30

퍼핀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얼마 전 영국 스코틀랜드 해안가에 죽은 퍼핀(puffin·사진) 100여 마리가 떠밀려와 자연보호 당국에서 원인 조사에 나섰대요.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죽은 채 발견된 적이 없어 혹시 해양 생태계가 오염됐거나 전염병이 돌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다는 거예요.

퍼핀은 바다오리의 한 종류예요. 바다오리는 북아메리카와 그린란드·유럽·시베리아 등의 해안에서 사는 바닷새랍니다. 검고 흰 깃털에 작은 몸집, 물속에서 헤엄치면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점에서 남극의 펭귄과 아주 닮았어요. 하지만 바다오리는 펭귄과 전혀 다른 종류로 훨훨 날 수도 있어요.

퍼핀은 다 자라도 몸길이가 30㎝ 정도로 아담한 편이에요. 퍼핀의 별명은 '바다의 어릿광대'랍니다. 얼굴을 보면 분장을 한 어릿광대처럼 화려한 색깔을 하고 있거든요. 부리는 빨간색·파란색·노란색 물감으로 색칠한 것처럼 화려해요. 눈 주변도 마치 색 화장을 하다 번진 것 같고요. 이렇게 화려한 색깔은 짝짓기할 때 서로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혼인색'이죠. 짝짓기 철이 끝나고 겨울이 되면 화려했던 색깔은 어둡게 바뀐대요.

퍼핀은 훌륭한 수영 선수예요. 한번 잠수하면 수심 60m까지 들어갈 수 있어요. 두 발을 운전대처럼 움직여서 방향을 잡고, 날개를 퍼덕이면서 물속을 누벼 작은 물고기를 잡는답니다. 퍼핀의 물고기 사냥 방법은 독특해요. 한 마리씩 잡아서 먹는 게 아니라 이미 물고기를 부리에 물고 있는 상태에서 잡고 또 잡아요. 그래서 사냥을 끝내고 물 밖으로 나온 퍼핀은 부리 양끝에 주렁주렁 물고기를 매달고 있죠. 보통 10여 마리를 부리에 물고 있는데, 많게는 126마리까지 문 모습이 발견된 적도 있대요.

퍼핀이 이렇게 독특한 고기잡이를 할 수 있는 것은 부리의 구조 덕분이죠. 보통 새들은 부리를 위아래로만 움직일 수 있지만, 퍼핀은 턱 구조가 훨씬 유연해서 부리를 더 다양한 각도로 움직일 수 있대요. 그리고 부리 안 위쪽에는 우툴두툴한 돌기가 나 있어요. 혀는 아주 튼튼하고요. 그래서 물고기를 물고 있던 부리를 벌리더라도 혀와 돌기를 이용해 물고기를 단단히 잡고 있으면 떨어뜨릴 염려가 없어요. 이렇게 한 번에 여러 물고기를 사냥할 수 있게 되면 그만큼 둥지와 바닷속을 오가며 쓰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답니다.

퍼핀은 해안 절벽의 바위 틈이나 구덩이에 둥지를 틀고 알을 한 번에 딱 하나 낳아요. 퍼핀은 솜씨 좋은 사냥꾼이지만, 작고 연약한 새이기 때문에 갈매기 등 다른 큰 새들의 먹잇감이기도 해요.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고기를 많이 잡아서 씨를 말리거나 유조선 기름 유출 같은 사고로 바다가 오염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서 사람이 가장 무서운 천적이 됐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