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바다에 잠긴 고향 떠나온 사람들… 지구 온난화는 우리 곁 이야기예요
폴리네시아에서 온 아이
코슈카 지음 l 톰 오구마 그림 l 곽노경 옮김
출판사 라임청소년문학 l 가격 9500원
나니는 남태평양의 작고 아름다운 섬에 사는 열두 살 소녀입니다. 사람들은 이 섬을 폴리네시아라고 불러요. 해수면이 해마다 몇 센티미터(㎝)씩 상승하면서, 나니가 태어나고 자라온 섬이 머지않아 바다에 잠기게 될 거라고 해요. 어느 날 급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져 주민들은 서둘러 육지로 대피를 하게 됩니다.
나니의 가족도 섬을 떠나야 하는데 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나니의 외조부모님이 가족과 함께 떠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외할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해 대피하기 힘들었고, 외할머니는 남편 곁에 있기를 원했습니다. 결국 두 분은 평생 살아온 섬에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니가 엄마·아빠와 함께 육지로 대피하는 여정은 고생스러웠어요. 빗속을 뚫고 지치도록 걷고 뛰어서 항구에 도착했지만 배는 없었습니다. 사흘을 기다린 뒤에야 배가 들어왔어요. 배를 먼저 타려는 사람들로 항구는 아수라장이 되고, 어떤 할아버지는 인파에 밀려 쓰러져 목숨을 잃습니다. 이 할아버지의 유일한 가족 열두 살 세메오는 혼자가 되어요. 나니의 부모님은 그 자리에서 세메오에게 청합니다. "우리의 가족이 되어줄래?"
이들은 육지(프랑스)에 도착해 난민 대피소에서 생활합니다. 얼마 뒤 뉴스에서 자신들이 살던 섬 전체가 바닷속에 잠겼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나니의 가족은 몇 날 며칠 눈물을 흘려요. 할아버지와 할머니 생각에 마음이 아팠겠지요. 그리고 고향이 몹시 그리웠어요. 나니는 들판에 불어오는 바람에서 고향의 파도 소리를 느끼고, 길가에 핀 붉은 꽃을 보며 고향을 생각합니다.
나니의 가족은 다행히 낯선 나라에서 선의를 베푸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지역 주민들은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난민 거주지에 찾아옵니다. 이들은 나니의 가족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나니와 세메오가 학교에 다니도록 해주고, 어른들에게 직장을 구해줍니다.
이 소설에서 우리는 해수면 상승으로 고향을 잃고 낯선 나라에서 삶을 새롭게 일궈야 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곁의 이야기임을 실감하게 되지요.
저자는 모든 것이 이어져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삶의 마지막을 섬에서 맞이한 외조부님과 외손녀 나니, 바닷속으로 사라진 섬과 고향을 잃은 섬사람들. 이들은 이별했지만 서로의 곁에 마음으로 머물러 있습니다. 또 난민을 이웃으로 맞이한 육지 사람과 기후 난민이 된 섬사람, 피난길에 할아버지를 잃은 세메오와 세메오를 입양한 나니의 가족은 서로에게 내민 손길로 이어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