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무심코 청소년들이 쓰는 욕설·비속어… 무슨 뜻인지 알려주면 안 쓸 거예요

입력 : 2022.01.06 03:30
[재밌다, 이 책!] 무심코 청소년들이 쓰는 욕설·비속어… 무슨 뜻인지 알려주면 안 쓸 거예요

슬기로운 언어생활

김보미 지음 l 출판사 푸른들녘 l 가격 1만5000원

'나물할 때 없는 완벼칸 사람.'

대체 무슨 말일까요?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사람'이라는 문장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인데요. 요즘 청소년 사이에서 이렇게 맞춤법을 의도적으로 틀리게 쓰는 놀이가 유행한다고 합니다. '소 잃고 뇌 약간 고친다' '길 좀 엿줄께요' '힘들면 시험시험해' '골이 따분한 성격'…. 대표적인 맞춤법 왜곡 문장이죠.

이런 문장은 아마 맞춤법을 잘 모르는 사람을 놀리려고 처음 썼을 거예요. 그런데 우습기도 하고, 만드는 재미도 있다 보니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널리 퍼진 거죠. 그러자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겼어요. 맞춤법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에겐 유머지만, 아직 맞춤법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어린 친구들에겐 혼란을 주는 거예요.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청소년들의 언어생활을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요즘에는 맞춤법에 맞게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청소년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되기도 한대요. 장난삼아 사용하는 비속어 등이 정상적 언어 생활을 오염시키는 데까지 이른 거죠.

이에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오타의 재미는 맞는 말을 알고 있어야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입니다. 남의 일에 간섭한다는 의미로 쓰는 '일해라절해라' 하는 표현이 신선하고 기발한 신조어가 되려면 '이래라저래라'라는 표현의 언어유희인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저자는 아이들이 말을 줄여 쓰거나 비속어를 쓰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해요. 맞춤법을 모르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대신 아이들이 이런 언어를 쓰게 된 과정과 배경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하고요. 맞춤법도 모르면서 뭐든 줄여 쓰고 욕설까지 한다고 걱정만 하면 안 된다고도 해요. 아이들이 왜 이런 말을 쓰는지, 말 속에 숨은 의미나 문제는 뭔지 살피는 것이 먼저라는 거지요.

말끝마다 욕설을 하는 나쁜 입버릇을 가진 친구도 있어요. 이럴 때 쓰는 욕설에는 여성과 남성 성기를 뜻하거나 부모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패륜적 의미가 있는 것도 많아요. 무심코 쓰는 욕설의 의미를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표현을 쓰는 데 대한 거부감이 마음에서 우러나올 거예요.

이 책은 이런 과정을 통해 품위 있는 언어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청소년들의 문화에 지극히 공감하면서도 언어에 대한 다양하고 유익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는 책입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