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강화도보다 작은 日 섬에 100마리 정도 살아… 고양이와 달리 물 좋아해요

입력 : 2022.01.05 03:30

이리오모테삵

[동물 이야기] 강화도보다 작은 日 섬에 100마리 정도 살아… 고양이와 달리 물 좋아해요
얼마 전 일본 신문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오키나와현 이리오모테섬에서 일어나는 '로드킬(roadkill·야생동물이 도로에서 차 등에 치여 죽는 사고)' 관련 기사가 났어요. 이 사고로 지난해에만 네 마리의 이리오모테삵이 목숨을 잃었대요.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이리오모테삵<사진>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리오모테섬에만 살고 있는 고양잇과 동물이에요. 다른 고양이 무리보다 원시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 진화 과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줘요. 이리오모테삵이 사람에게 처음 발견된 건 1965년이에요. 머리·몸통 길이는 60㎝, 꼬리는 25㎝까지 자라고, 털은 점박이 무늬예요.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보호하는 '삵'과 덩치도, 몸 색깔도 비슷해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점이 많아요.

머리는 삵이나 집고양이처럼 동글동글하지 않고 좀 길쭉해요. 이마와 코는 납작하고요. 많은 고양이들은 발톱을 완전히 숨겨서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지만, 이리오모테삵의 발톱은 중간쯤부터 밖으로 나와있죠. 이빨 개수도 다른 고양잇과 동물들보다 2개가 적은 28개이고요. 둥그스름한 귀와 눈 주변에 난 하얀 털, 펑퍼짐한 꼬리도 이리오모테삵만의 특징이죠.

특이한 습성도 있어요. 새를 사냥한 다음 먹을 때 깃털을 뽑지 않는다든지, 물속으로 첨벙 들어가서 자맥질을 즐기는 모습은 다른 고양잇과 동물들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워요. 몸이 길고 늘씬해서 움직이는 모습은 고양이보다 훨씬 원시적인 종류인 사향고양이에 더욱 가깝죠.

이리오모테섬은 면적이 289㎢로 우리나라의 강화도보다 조금 작아요. 과학자들은 만일 이 섬이 육지와 연결됐더라면, 진화해서 나중에 출현한 삵이나 집고양이 등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이리오모테삵이 자취를 감췄을 수도 있다고 추측해요.

다른 고양잇과 동물들보다 식성이 덜 까다로운 것도 고립된 섬에서 오랫동안 살아올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답니다. 보통 고양잇과 동물은 쥐나 토끼 같은 작은 포유동물을 잡아먹어요. 하지만 사방이 바다인 이 섬에는 이런 동물이 충분하지 않아요. 그래서 도마뱀이나 뱀, 개구리, 박쥐, 새우, 귀뚜라미까지 먹는대요. 일본에서는 1977년 이리오모테삵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보호해왔지만, 지금은 100마리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대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의 작은 섬에만 살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일본에서는 만화 캐릭터 등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요. 200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아즈망가 대왕'이라는 만화에서도 귀여운 모습으로 나왔죠. 유네스코는 작년 7월 이리오모테섬과 함께 오키나와섬의 북부, 가고시마현의 아마미오섬과 도쿠노섬 등 일본의 섬 4곳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했어요. 육지에서 떨어진 독특한 자연환경으로 멸종위기종 동식물의 안식처라는 점 등을 인정받은 것이죠.

정지섭 기자